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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나폴레옹과 질병 (I)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역사상 나폴레옹만큼 시달린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후세에 많은 의학자들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게 한 인물도 별로 많지 않다. 워털루 전투와 치질 관련설 그리고 빈번히 재발했던 방광염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폴레옹과 조세핀 왕비 사이에 아이가 없었던 것이 방광염에 의한 성 기능 장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아이가 없다는 구실로 조세핀과 이혼한 후에 다시 아내로 맞은 오스트리아 공주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얻었음은 물론 적어도 두 명의 사생아를 갖았던 사실로 보아 그 설득력이 약하다.
한편 조세핀의 불임은 나폴레옹이 이집트에서 귀환할 때 매독을 옮겨왔기 때문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독 설은 그리 큰 지지를 받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상당히 살이 쪘고 배가 튀어나왔으며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손이 작으면서도 통통했던 점으로 보아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어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는 발생하는 소위 프뢸리히 신드롬(Froelich's syndrome) 환자였다는 학설이 있다. 뇌하수체는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을 가능케 하는 여러 가지 호르몬 방출을 조절하는 센터이다. 그들 중 하나가 성 호르몬이기 때문에 프뢸리히 신드롬에서는 자주 성기 발육 장애가 발생한다. 나폴레옹이 죽었을 때 그의 시체를 검사한 의사는 그의 성기 발육이 불완전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프뢸리히 증후군의 가설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어떤 학자들은 나폴레옹이 성기가 작았기 때문에 그 손상된 자존심을 보상받기 위해 영웅적인 행동을 즐겨 추구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체에서 성기나 음낭이 오그라드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임으로 부검 소견에만 의해 성기 발육 부전 설을 주장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그의 키는 5피트 6인치로 그 당시 프랑스 성인 남자들의 평균치에 해당했다. 아마도 그의 행적으로 보아 거대한 위인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그의 키가 작아 보였을 것이다.
나폴레옹의 영웅 심리와 이에 따른 과대망상증을 간질과 결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황제라고 스스로 선포했다. 그는 즉위식에서 입을 예복을 자기 자신이 고안했으며 옛날 프랑스의 영웅 샬르만뉴 대제의 칼과 기장을 착용했다. 또 왕관을 남들의 도움 없이 손으로 들어 직접 자신의 머리 위에 얹어 놓았다.
그가 간질 증상을 보인 것도 확실한 사실이다. 1803년부터 몇 차례 간질발작이 있었는데 그는 이로 인해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프랑스 왕들이 사용했던 침대에 누울 때마다 그들의 실성해서 마구 부렸던 광기가 옮아오는 것 같네."
한 번은 나폴레옹이 밤중에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 그때 옆에서 자고 있던 그의 정부가 기겁해서 소리를 지르며 벗은 몸으로 침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가 그 소리에 놀라 잠이 깬 왕비와 복도에서 마주친 일화도 있다.
발작 시에 "얼굴이 찌그러지고" "땅바닥에 넘어졌으며" "정신을 잃었다"는 점으로 보아 간질 중에서도 소위 대발작 (大發作, Grand Mal Seizure)임이 틀림없을 터인데 1805년 이후부터는 발작을 일으킨 기록이 없다.
남대서양에 위치한 섬 세인트 헬레나에서 사망했을 때 그의 시체를 부검했던 의사는 사인이 위암이라고 공식 결론을 내었다. 위 뒷벽이 덩어리져서 두껍게 되어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는 생전에 자주 복통을 일으키고 구역질과 구토로 고생했다. 이는 아마도 위궤양 때문이었을 것이고 이것이 나중에 위암으로 발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평소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속에서도 잠을 자지 않고 일에 몰두하며 식사를 거르거나 폭식을 하는 등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은 위궤양 발생에 좋은 조건이 된다.
그러나 그의 사인이 정말 위암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주 외떨어진 오지라고 할 작은 섬에서 개업하던 의사들의 학문적 실력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위궤양이 만성화되면 마치 위암과 비슷하게 큰 덩어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위암이었다면 보통 이것이 점차 자라 위도를 막아 음식물 통과가 차단되어 굶어죽던가 또는 암이 다른 장기로 퍼져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없다.
위암에 의한 사망의 또 다른 이유는 위가 파열하여 위 내용물이 복강 안으로 퍼져 복막염을 일으키는데 부검한 결과에 복막염의 소견도 없다.
위암으로 사망하는 마지막 이유는 암 부위에 있는 혈관 파열로 인한 출혈이다. 나폴레옹에서 위장 출혈의 가능성은 아주 높다. 그는 자주 정신을 잃었으며 입술과 손톱이 백지장 같이 창백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위장 출혈은 위암만이 아니라 위궤양이나 만성 위염이 있을 때에도 발생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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