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김원경씨의 푸드스타일링 이야기] 비밀의 화원에 초대된 듯한 멋스러운 정찬
구이용 재료에 잎채소를 끼우면 신선해 보여
일인용 화로 사용하면 먹는 재미도 두 배
현관에 들어서자 여러 개의 콘솔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앤틱 콘솔 위엔 사진이나 소품이 하나의 이야기식으로 꾸며져 주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마당엔 어릴 적 꽃밭을 연상하듯 키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작은 폭포나 여러 마리의 새들이 어울려 마당에 놓인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내내 새와 물의 연주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집 안을 정리하는 건 제 몫이고, 마당은 온전히 남편의 공간이에요. 예전에 집 안에 김치 냄새가 배일까 봐 마당 화로에 김치찌개를 얹었는데 남편이 펄쩍 뛰어서 주방으로 들어온 웃지 못할 일도 있었어요. 서로의 공간을 돌보는 재미는 아이들이 다 커서 적적해진 시간엔 참 좋은 것 같아요."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을 함께 나누기 위한 몇몇 지인들이 초대되었다. 음식 먹는 소리 반, '와' 감탄하는 소리 반… 그렇게 정겨운 시간이 흘러갔다.
메인 메뉴는 새우, 고기, 스칼랩 구워 먹기. 아스파라거스, 호박, 새송이버섯, 파프리카가 함께 준비됐고, 마당에서 직접 딴 잎채소들이 한 바구니에 담겼다. 재료는 평범하지만 푸드스타일링의 생명은 어떻게 담아내고 연출하냐에 달려 있다. 김씨가 직접 구운 긴 직사각형의 질그릇에 재료가 차례대로 소복하게 담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재료 사이사이에 상추로 장식해 색깔의 대비도 입맛을 더 돋워주었다.
김씨의 스타일링은 값비싼 도구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일본마켓이나 잡화점에서 싸게 구입한 그릇과 소품들을 사용한다.
준비한 주재료들을 개인용 화로에 올려 각자 구워 먹는 것이 새로웠다. 손님이 오기 한 시간 전부터 숯을 피워 일인용 화로에 옮겨 담아 각자 좋아하는 재료들을 구워 먹으면 아기자기함이 새록새록 든다.
먹는 중간에 직접 낚시해 온 우럭 튀김이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 파채를 듬뿍 얹고 소스를 뿌려 부드러운 생선살과 파채의 매콤함이 잘 어우러졌다. 든든하게 구워먹고 나면 역시 일인용 뚝배기에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여져 나온다.
불씨가 남은 화로 위에 올려 따뜻하게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상을 다 물린 다음엔 직접 구운 호두파이 한 조각과 작은 종지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미소를 가득 머금게 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으면 옆에선 호리병 같은 수동 커피메이커에 진한 커피향이 퍼진다.
소품 하나하나가 신기할 정도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발품을 팔고 매의 눈으로 오랫동안 수집한 정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작은 집 안에서의 파티를 마치 리조트에서의 휴양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여유.
푸드 스탕일링이 함께 하면 배 한쪽을 내놓더라도 훨씬 미각을 돋워준다. 잡화점에서 1달러 주고 산 나무판 위에 배를 깎아 올리니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안주인이 직접 구워 만든 배 모양의 도자기에 말랑말랑하게 익은 홍시를 얹어 놓으니 작은 테이블 위에 가을이 빨갛게 여물었다.
너무 호사로운 식사에 감사를 표하자, 김씨는 "뭔가를 꾸미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다. 지인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일링을 하게 되었다. 다들 좋아해 주시니 대접하는 손도 기쁘다"며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양갱을 일본 마켓에서 산 일회용 도시락 안에 담아 선물 포장하니 그 어떤 선물보다도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원경씨의 푸드스타일링의 매력은 자연의 빛깔과 가장 가깝게 닮은 그릇이나 소품을 사용한다는 것. 인위적이지 않은 잔잔함으로 식탁의 멋스러움을 만들어낸다. 햇볕이 따뜻한 주말 오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기쁨이 넘치는 식탁을 차려 보자.
글·사진=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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