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여기자의 창]갱년기와 '오춘기 바람'

Los Angeles

2004.07.02 17: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김인순 편집위원
요즘 주변의 50세 전후 중년들이 갱년기 때문에 야단이다. 전업주부부터 전혀 갱년기를 모를 것 같은 활달한 커리어 우먼과 야심찬 남성들까지 ‘몸과 마음이 예상치 않다’며 당황하고 있다.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큰 잔치를 하던 인생선배들보다 갱년기가 더 힘든 것은 선배들과 달리 60년이 아닌 ‘80년(혹은 90년)의 인생설계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간지점’ 쯤 와서 아직 갈길이 먼데 이같은 ‘심신변화’는 당혹스럽기만하다.

갱년기 원인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호르몬이 나이들면서 현저히 감소, 큰 변화가 오기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마음’에 찾아든 지각변동이 대혼란을 준다.

호르몬은 외부 스트레스를 적절히 방어, 우리 감정을 지켜주는데 이때 양이 감소되면 방어체제가 무너져 사소한 자극들이 그대로 우리들의 마음에 접수( )되고 만다.

갱년기들이 부쩍 ‘짜증’을 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50대 초반 부부는 부부싸움 양상이 달라졌다. 과거엔 좀체로 화를 내지 않는 남편이 화가 나면 며칠씩 냉전을 했기때문에 아내쪽에서 먼저 화해를 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남편이 아내보다 더 화를 자주 낼 뿐아니라 혼자서 금방 풀어져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호르몬이 적어져 외부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잘 안된다.

호르몬은 또 불안,초조,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조정해 주는데 그 기능이 약화되면 이러한 감정들이 절제없이 드러난다.

전화소리만 들어도 불안하고 정크메일을 받아도 가슴이 철렁한다. 이제껏 잘해오던 업무나 사업이 ‘실패’할 것 같고 뭔가 안전한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초조해진다. 모든 슬픔을 곧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모르는 사람의 비석앞에서도 슬퍼져 울고 생전 드라마를 보지 않던 남편들도 아내와 똑같이 TV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감정 통제가 잘 안된다.

또 호르몬은 ‘I’m O.K’의 감정을 갖게 함으로써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데 그 양이 감소되면 ‘I‘m not O.K’로 느껴져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압도된다. 그래서 이제껏 헛살았다는 자책과 후회로 ‘지나온 삶’을 전면부정해 버린다. 현재 돈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 느낌은 똑같다는 것. 심하면 갱년기 우울증이 되어 의욕상실, 대인기피증이 된다.

이같은 갱년기는 가치관을 돈과 명예, 여자 등 ‘외부’에 둔 사람일수록 심히 겪는다. 왜냐하면 남에게 어떻게보이느냐에 자신의 가치관을 두고 살았기 때문에 흰머리와 주름살 그리고 사회활동 등의 밖으로 표시되는 갱년기 증상등에 대해 스스로 역부족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모하게 사업확장을 하거나 젊은 여성과 ‘오춘기 바람’(50대의 외도)을 시도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자기중심적 가치관’으로 남을 의식않고 살아온 사람은 오히려 덤덤히 지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힘들다는 갱년기처럼 좋은 인생의 시기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다 키웠고 남편 뒷바라지도 할만큼 했다. 남성과 커리어 우먼이라면 사회속에서 해볼만큼 노하우도 얻었다. 호르몬을 잃어 힘들지만 대신 인생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문의들의 말대로 “고달픈 경쟁이나 명예, 돈, 체면으로부터 해방되어 ‘누구 혹은 어디에 소속된 나’가 아닌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 이제야말로 정말 살아보고 싶었던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축배를 들어야 할 인생 단계”가 바로 지금 같은 갱년기 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갱년기라 더이상 당황치말고 젊어서 몰랐던 ‘인생의 여유로움’을 맘껏 음미하며 살아보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