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평생 민폐 끼치며 사는 사람들
박유선/수필가
10여년 전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는 큰 병이 발병했다. 그때 참으로 많은 분들께 본의 아닌 민폐를 끼쳤다. 받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교인들의 음식 배달에 고마움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컸다. 고민 끝에 그들에게 오해없기를 바라며 긴 편지를 썼다. "나보단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그 후 세월이 흘러 머리를 들 만할 때 덧버선을 짜서 그들에게 나눠드렸다. 그런 여러 해 후 숨은 복병이 또 쳐들어와 지인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조용히 수술했다.
살며 터득한 건 할 수만 있으면 '아주 조금 받고 따뜻한 마음이나마 더 많이 나누자'이다. 물론 주고 받는 것에도 예법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므로 다시 또 '중용의 도, 즉 넘치는 것은 부족하니만 못하니라'라는 옛말을 생각한다.
모씨는 동생 목사의 공동체에 속해있다. 그런데 교인들이 목사에게 식사대접 한다면 항상 모씨가 먼저 앞장선다. 자기의 개인행사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전 교인에게 부담을 떠 안긴단다. 비상 상황도 아닌데 밤 열한시가 넘어 자동차문이 잠겼다든가, 우표값이 얼마냐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예의없이 전화한다. 또 다른 모씨도 새 사람 사귀어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을 만큼 얻어 먹고나면 관계를 끊으며 마귀,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결국 저들은 한번도 누굴 대접하는 일이 없건만.
민폐도 어쩔 수 없는 어떤 경우에 어쩌다가가 아니라 부부가 만날 때마다 부담을 준다면 과연 누가 좋아할까. 거기다가 말이나 못하면 모를까 온갖 맛집이란 맛집 리스트는 주루룩 꿰고 있다. 이집은 무엇이 유명하고 저 집은 파이가 최고란다. "우린 다음에, 다음에 낼게" 한 지가 수십년은 흘렸지 싶다.
민폐,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사람일수록 계산속은 빠르다. 민폐를 하나의 삶의 처세술인 양 써먹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의 부산물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면서 이익만 되면 눈치없는 듯 모른 척 한다. 그들은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이라는 등식에 너무 익숙해서일까.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법인데 어쩌다 본인에게 티끌만한 불이익이라도 떨어질 양이면 어떻게든지 잘도 모면한다.
나는 소심한 탓인지 타인에게 말로도 폐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 삶의 중요한 윈칙 중에 '이 세상에 공짜가 더 비싸다"는 말이다. 난 이 말을 불변의 진리로 믿는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고 좋은 관계와 아름다운 사회가 유지되지 않을까. 내가 상대방보다 한번이라도 더 베풀 때 기분이 좋다면 바보일까?
문명이 발달할 대로 발달했어도 쓸데 없는 민폐는 그대로 병폐로 존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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