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하,임,이라고 가만히 발음해 보면 남독일의 투명한 공기, 풍요로이 흐르는 라인강과 네카강, 브레첼을 구워 파는 거리의 가판대, 일요일이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울리는 교회 종소리 같은 것들이 따뜻한 바람이 불듯 온 몸을 감싸온다.
남자(Mann)의 고향(Heim)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이 도시는 국제공항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대학도시자 관광도시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에서 열차로 10분, 그리고 프랑스 국경으로부터 동쪽으로 4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관광객들은 하이델베르크로 가기 위해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실은 이 도시에는 한 때 전 유럽 음악가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던 영광스런 시절이 있었다.
18세기 중엽 남독일 프팔츠 지방의 선제후 카알 테오도어는 예술을 사랑해 자신의 궁정에 많은 음악가들을 불러모으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의 궁전이 있던 만하임의 음악가들이 결성한 오케스트라는 양으로나 질로나 유럽 최고였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향은 그 전까지 유례 없이 고도로 숙련된 테크닉과 음악성으로 완성된 것이었고, 슈타미츠를 비롯한 만하임 궁정 작곡가들의 작품은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를 잇는 가교로서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 유럽의 음악가들은 선진음악을 배우기 위해 당시의 만하임으로 몰려들었는데,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도 그 중 하나였다.
그가 후일 그의 아내가 된 콘스탄체 베버를 만난 것도 바로 이 도시에서였다.
거의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지금도 도시 중앙의 광장에 면한 한 건물에는 '이 곳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가 살았다'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만하임은 인구 17만의 중간크기 도시이지만 로젠가르텐이라는 꽤 큰 규모의 콘서트 홀이 있어 연중 누구나 알만한 유명 연주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평판 좋은 오페라좌와 그 밖의 중소 콘서트 홀에서 매일 저녁 수준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평일에는 수석 오르가니스트의 연습으로, 매달 작은 음악모임들의 연주회로,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지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칸타타나 오라토리오 공연으로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회들에서도 언제나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매일 저녁 어디에서라도 수준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들을거리는 더욱 풍부해진다.
그 옛날 카알 테오도어가 여름별장으로 사용했던 슈벳칭엔 궁전에서는 매년 국제수준의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지방열차를 타고 2,30분 가량 떨어진,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배경이었다는 네카강 계곡에서는 여름마다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하이델베르크는 그 이름을 찾아 모여드는 젊은 음악가들로 항상 붐비고(젊은 시절의 슈만, 브라암스, 쇼팽 등이 거쳐간 흔적들이 도심 곳곳에 남아있다), 열차로 25분 거리의 도시 카알스루에도 유럽 굴지의 연주자들이 공연하는 음악제로 유명하며, 30분 정도 북쪽에 위치한 다름슈타트는 현대음악 컨퍼런스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도시 자체가 이처럼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만하임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
내가 세 들어 살던 하숙집 주인부부만 해도 로젠가르텐 회원권을 가지고 몇 주에 한 번씩 성장을 하고 관객석에 앉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니 기돈 크레머를 듣는다.
나의 친한 친구 하나는 아마추어 교향악단의 오보에 주자로 주말마다 하루 종일 방문을 걸어잠그고 연습에 몰두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한 아줌마는 동네 합창단 메시아 공연에서 알토파트를 맡았다고 요리나 청소를 하는 틈틈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사를 외운다.
만하임은 보통사람들이 음악 속에서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도시인 것이다.
라인강과 네카강이 합쳐지는 강 어귀에 자리잡은 도시, 남부 사투리를 쓰지만 자부심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제 2차대전 때 구시가 전체가 초토화되었으나 전후 훌륭히 복구된 재건의 도시, 매일 저녁 어디에선가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나는 20대 중반의 4년을 보냈다.
7월의 어느 저녁, 만하임의 거리에는 너도밤나무가 이국에서 온 어떤 음악도의 머리 위에 무성한 잎을 드리우며 서 있을까.
황시내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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