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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국의 치부, 미국의 용기

Los Angeles

2014.12.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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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례/사회부 부장
끔찍했다.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이후 7년간 해외 비밀감옥에서 알카에다 테러 용의자들을 상대로 자행한 고문 실태는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9.11 테러 주범 중 한 명인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는 강제로 입에 물을 넣는 물고문을 183차례나 당했고 USS 콜 구축함 폭파 혐의자에게는 직장으로 물과 음식을 주입하는 고문이 가해졌다. 오사마 빈 라덴의 왼팔로 불렸던 아부 주바이다는 80여차례의 물고문에 관 크기의 상자에 266시간 동안 갇혀 지내는 고통을 겪었다.

전동 드릴을 관자놀이 부근에 들이대고 머리카락이나 수염 등을 모두 깎은 나체의 용의자를 흰조명이 비치는 흰 방에 가두고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을 틀어대 감각을 마비시키거나 벌거벗긴 용의자를 얼음장 같은 콘크리트 바닥에 쇠사슬로 묶어놔 다음날 숨지게 하기도 했다.

구타와 잠 안 재우기는 일상적이었고 성고문 위협도 빈번했다. 빗자루 손잡이로 성고문 하겠다고 용의자를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가족, 특히 엄마를 성폭행하고 참수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렇게 고문을 당한 사람은 모두 119명이었다. 이들은 고문 이후 환각, 망상, 불면증에 시달렸고 일부는 자해와 신체 절단을 시도했다.

고문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선진 심문 기법'이란 이름으로 법무부의 승인을 받았고 책임자인 조지 테닛 CIA국장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정보수집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로 퇴임 후 2004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선진 심문 기법'을 개발해 CIA에 제공한 심리학 박사 2명이 세운 회사에는 대가로 8100만달러가 지급됐다.

그런데 대단하다. 세계 인권수호의 첨병임을 자부해 온 미국으로선 순식간에 고문국가로 낙인찍히며 나라를 망신시킬 치명타였음에도 과거의 잘못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보고서 공개를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조직과 개인의 부적절한 행동이 국가 안보란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불편한 진실과 직면해야만 역사의 평가를 받을 때 떳떳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갖 방해 공작을 막아내고 미국의 치부를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힘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더 좋게 변화시키려는 의지"라며 "앞으로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며 보고서 공개를 지지했다. 개인이건 국가건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발전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용기가 있어야 고백도 할 수 있다.

미국이 항의시위로 들끓고 있다. 낱개 담배를 팔던 비무장 흑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게, 자신을 위협했다고 비무장 흑인 10대를 향해 12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게 잇달아 불기소 평결이 내려지면서 미국 사회에, 흑인에게도 정의가 있는가라는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과 첫 흑인 법무장관이 탄생했지만 젊은 흑인 남성이 경찰에 사살될 확률이 젊은 백인 남성의 21배에 이를 만큼 공권력에 의한 인종 차별은 더 깊어졌고 인종 갈등은 외려 더 악화됐다. CIA의 고문을 옹호했던 부시 대통령조차 백인경관 불기소 평결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사건 조사에 들어갔고 오바마 대통령은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TF팀을 꾸릴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용기있는 한번의 고백으로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이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이 흑인들의 절망에 희망의 빛을 비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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