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문인들은 모국어 문학에의 뜨거운 열정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문학 단체마다 자체적으로 정기적 모임을 갖고 회원들 끼리 아이디어를 나누며 창작을 격려했고 또한 많은 문인들이 여러 문학지에 작품을 게재하거나 작품집을 출간하며 문학에의 길로 정진해 나갔다.
모국어 문학에의 귀속은 이민사회에서 자의식을 든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 미주 문단의 활동을 돌아보며 내년도 더욱 건실하게 성장해 나갈 한인 커뮤니티의 자화상을 바라본다.
유이나 기자
시인협회 통합은 '문단의 경사'
올 한해 미주한인문학계는 먼저 문단의 양적 팽창이 눈에 띤다. 미주한인문인협회가 태동 할 80년대 초 당시만 하더라도 20여명도 채 안되던 문인의 숫자가 오늘에 와서는 600여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소 문학단체의 숫자가 30개를 넘어섰고 대부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국 땅에서 생존의 욕구 못지않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 예술적 욕구가 사뭇 대단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미주문단은 이런 외적인 추세와 함께 내적인 성장도 나름대로 병행된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된다. 특별히 수년 동안 견해 차이로 양분됐던 '재미시인협회' 와 '미주시인협회'가 다시 합하게 된 경사가 있었다. 이 두 단체은 '외지', '미주시정신' 등의 협회지를 따로 출간하며 활동해 왔으나 올해 초 하나로 병합 미주 문단에서의 시인 파워를 다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재미시인협회'는 1987년 9월 결성된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단체이다. 미국 전역에 170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문제는 문단의 숙제이기도 했다.
힘을 합해 재출발한 '재미시인협회' 의 올 한해 활동은 괄목할 만 하다.
작품 발표 지면과 관련하여 굳이 언급하자면 올해 들면서 한국문단의 해외한인문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일 것이다. 그 일례가 한국의 단국대가 미주문인들을 중심으로 마련한 8일간의 문학 워크샵인 '창작 글쓰기로 한국문학 사랑하기' 강좌였다. 박덕규 교수가 강의한 강좌에는 문인들을 포함해서 80여명의 수강자가 몰려들었다. 미주 한인들의 뜨거운 열의로 인해 이 강촤는 내년 1월 다시 10일간에 걸쳐 속개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의 일이지만 한국의 유명 시전문지인 '유심'지는 '디아스포라의 편지'라는 주제로 미주지역 11명 시인들의 산문과 시를 특집으로 꾸몄다. 카프카의 표현처럼 "이민자는 모국어 안에서도 이방인이 되어있는" 미주 문인들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미주문단의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특기사항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미 주류문단과의 접목과 교류를 겨냥한 문학적 행보가 전례 없이 두드러졌다는 점일 것이다.
실례로 해외문학 (발행인 조윤호)은 미국출판사 (Cross-cultural communication 대표 Stanly Barkan)와 연계하여 '한미현대시'를 펴낸바 있으며 시 전문지 '미주시학' (발행인 배정웅, 정미셸)도 미주시인들의 시를 영역해서 9집을 펴냈다.
금년도 한인문단의 이런 풍성한 수확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직도 본국문단과의 종속적인 틀이 깨어지지 않아 등단 등의 절차가 비교적 쉬운 본국 문학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는 달리 문인으로의 등단은 용이해졌으나 문학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한인문학이 야누스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도적으로 지나친 한국지향적 문학이 진정한 이민 문학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주 문단이 안고 있는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 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에게 지워진 몫이며 하나의 과제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배정웅·시인
문학단체 회장단 대부분 교체
올해 미주 한인문단에서 일어난 특기할만한 사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미주의 대표적 문학단체에서 대부분 회장단이 바뀐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학단체들이 연합하거나 공동으로 문학행사를 개최하였다는 점이다.
미주문인협회는 장효정 시인을 새 회장으로 선출하였으며 재미시인협회는 배정웅 중진시인으로 새 회장을 잇게 하였다. 재미소설가협회는 박계상 소설가가 새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또한 미주기독교문인협회는 정정숙 시인이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주요 문학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재미수필가협회만 성민희 회장이 연임되어 앞으로 2년 더 협회를 이끌게 되었다. 반면 미주아동문학가협회, 미주크리스찬 문인협회, 해외문인협회 그리고 본국 문학단체의 미주지부인 국제펜 LA 지역위원회와 한국문협 미주지회 등은 변함이 없다. 그밖에 문학 동호인 모임인 20여개의 군소 문인단체에도 일부 변화가 있으나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소원하였던 문인단체들이 그간의 분규와 갈등을 청산하고 함께 문학행사를 가졌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많은 문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9월 초에 가졌던 미주문협, 재미시인협회, 재미수필문학가협회 그리고 미주한국소설가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4년 연합문학캠프는 본국에서 유안진, 최시중 강사를 초청하여 14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각 문학단체들은 예년처럼 미주문학, 외지, 재미수필, 해외문학, 미주 PEN문학, 미주시학 등 계간 또는 연간 회원집을 발행하였으나 눈에 띠는 변화와 내용은 없
었다.
'문학세계'는 미주 최초로 5개 문학단체장의 간담회를 열고 '미주 한국문단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특집을 꾸몄다.
금년은 가뭄 탓인지 문인들의 작품활동 또한 활발치 못한 편이었다. 그런 가운데 마종기(루시드폴과 공저), 고현혜, 한혜영, 김영교, 석정희, 박유니스, 연규호, 최미자, 김영애, 박영숙영, 이원택, 안선혜, 유지애 등의 문인이 작품집을 출간했다.
국내외 문학상 수상자로는 김화진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 대상을 받았고 '고원문학상' 김영강, '미주문학상' 김영교, '미주PEN문학 해외작가상' 이정아, '한국수필 해외수필 문학상' 김영애, '가산문학상' 장효정, '미주시인상' 문금숙, '청하문학상' 유지애 작가들이 있다.
문인들을 슬프게 만든 소식도 있다. 미주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최석봉, 석상길 두 시인의 사망이다.
2014년도 미주 문학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내년에는 모든 문학단체와 양식있는 문인들이 더욱 화합하여 건전하고 밝은 문단 분위기를 조성함과 아울러 좋은 작품이 나오고 우수한 신인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