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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키운 '소림축구' … '한국, 한번 붙자'

Los Angeles

2015.01.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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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렝 취임후 조직력 탄탄 , A매치 9경기 연속 무패
"호주와 8강전 피하고 싶다" 한국과 맞대결 우회적 표현
중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은 '축구 대국'으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중국은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71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중국은 B조에서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102위) 등 만만찮은 상대를 제치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중국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건 자국에서 열린 2004년 대회 이후 11년 만이다. 호주 폭스스포츠는 15일 "중국이 깨어났다(China awakens). 중국 축구는 조직적이면서도 힘이 넘쳤다"고 보도했다.

거친 몸싸움으로 악명 높은 중국 축구는 얼마 전까지 자국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2013년 6월 태국과 평가전에서 1-5로 대패하자 중국축구협회는 계약 기간을 1년 6개월이나 남긴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9·스페인) 대표팀 감독에게 위약금 645만 유로(95억 원)를 물어준 뒤 경질했다. 성난 축구팬들을 달래기 위해 중국축구협회는 대국민 사과문까지 올렸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출신 알랑 페렝(59) 감독이 부임한 뒤 중국 대표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페렝 감독은 1993년 프랑스 4부리그에 있던 ES트루아를 맡아 여섯 시즌 만에 1부리그까지 끌어올린 지도자다. 다른 감독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술 대신 변형 전술로 상대를 괴롭혔던 지장(知將)이다. 페렝 감독은 유연한 전술 운영을 중국 선수들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고, 중국 축구는 지지 않는 '소림 축구'로 변신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쿠웨이트와 평가전을 3-1로 이긴 뒤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까지 A매치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중미 다크호스 온두라스(72위)와 0-0으로 비긴 적도 있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페렝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 달 이상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핌 베어벡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팀은 중국이다. 조직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 역시 "중국의 기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섭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고 경계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페렝 감독은 "중국은 우승후보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모든 걸 보여줄 준비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중국은 우승권에 들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의 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전형적인 수비 전술인 5-4-1을 쓰면서도 내내 공격적이었다. 예전과 달리 한 골 차 승부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페렝 감독의 전략도 돋보였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20분, 그가 교체 투입한 순케(장수 세인티)가 3분 만에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중국 신화통신의 리우펑 축구전문기자는 "페렝 감독은 주전 11명만 쓰는 게 아니다. 엔트리에 있는 23명을 전부 파악해 적재적소에 기용한다"면서 "매 경기 선발이 바뀌지만 전술을 유연하게 운영한다. 선수들이 페렝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안컵은 도약을 꿈꾸는 중국 축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은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주도로 축구의 선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초·중학교에서 축구를 필수 과목으로 승격한다. 또한 2017년까지 2만 개의 초·중학교를 '축구특색학교'로 육성할 것"이라고 학교 축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은 학교 축구와 클럽 축구를 활성화해 인재 풀을 키우는 동시에, 프로축구와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리우펑 기자는 "아시안컵의 좋은 성적이 시진핑이 주도하는 스포츠 정책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몇 년 후 중국 축구는 더 무서워질 것이란 얘기다.

중국은 A조 1·2위를 다투는 한국 또는 호주와 오는 22일 8강전을 치른다. 페렝 감독은 "우승 후보 한국과 호주 모두 강한 팀이다. 하지만 호주와 8강에서 맞붙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홈팀인 호주보다 조별리그에서 흔들린 한국을 더 상대하고 싶어했다.

브리즈번=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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