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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생활인의 신앙 '가정 수도원'

김 재 동/가톨릭 종신 부제

어느 곳에 아내와 몇 명의 자녀가 딸린 한 가장이 있었다. 그는 가정과 가족을 돌보기 위해 쉴 틈 없이 힘들게 일하다 보니 때로 지치고 피곤하여 삶이 짜증스러워질 때가 많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환상중에 조그만 마을의 평화로운 수도원을 찾아가는 꿈을 꾸었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진 수도원 경내는 어느 곳이나 잘 손질되어 있었고 아담한 건물 사이로 보이는 널찍한 포도원은 마치 중세기의 수도원을 연상시키듯 평화로움과 아늑한 신비가 가득했다. 순간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수도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움에 빠진 그는 마침내 수도원장을 찾아가 자기도 앞으로 이곳 수도원에서 평생 살고 싶으니 수도자로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온화한 눈빛의 친절한 늙은 수도원장은 그를 한참 동안 눈여겨본 후 마침내 그의 청을 받아주었다. 그는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한 나머지 첫 수련자의 임무인 수도원 내의 모든 화장실 청소와 수십 명의 수도자들이 식사하고 난 식기들을 씻는 일을 매일 콧노래를 부르면서 열심히 해냈다.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산 집에서는 변기청소는커녕 부엌 설거지 한번 해보지 않던 그였지만, 수도자가 되었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수도원에서 하고 있는 모든 힘든 일들이 온 세상을 정화하는듯한 선행의 기쁨으로 행복이 가득 차 오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고, 기쁘게 사는 그의 행복한 모습은 마침내 수도원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수도자들을 감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그에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뜻밖에도 수도원장은 그를 불러놓고 다음같이 분부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가 이 수도원에 들어온 이래 그대가 보여준 기쁜 삶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이제는 이곳을 떠날 때가 온 것 같소. 이제 우리 수도원을 떠나 마침 비어있는 작은 수도원 분원에 가서 '분원장'이 되어 이곳에서 했던 것처럼 그곳 수도자들이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형제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오" 하면서 분원장으로 봉사할 분원 수도원의 주소가 담긴 봉투를 내미는 것 이었다.

너무나도 황홀하고 감격한 그가 떠날 차비를 마치고 찾아갈 봉투 안의 주소를 열어보니, 그곳은 너무나도 낯익은 주소였다. 알고 보니, 바로 자기가 살고 있는 자기 집, 바로 자기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교회는 수도원 '본원'이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각 가정은 또 하나의 작은 '수도원'이다. 그 안에서 부모는 '가정 수도원'의 분원장이고, 자녀는 함께 생활하는 수도자들이다. 지금이야말로 행복하고 튼튼한 '가정 수도원'을 만들 때다.

현대의 왜곡 되고 변질된 삶의 가치관은 '가정'을 제일 먼저 공격하여 조그만 갈등에도 견디어내지 못하고 쉽사리 이혼과 별거로 결말을 내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정은 진정 작은 '수도원'이고, 가정수도원은 진정 작은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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