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불안장애, 프리웨이 운전도 못하게 한다
조만철 전문의에 듣는 갱년기 불안증후군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부여잡으면서 가슴이 쿵쾅거리고 진땀이 나서 '무서움에 죽을 것만' 같았다. 결국 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면서 간신히 갓길로 빠져나와 차를 세운 다음 지인에게 전화해서 데리고 갔다. 그 후 현재까지 프리웨이에 올라가지 못해서 빙돌아 다녀야 하기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갱년기 불안장애에서 오는 공포증(phobia)의 하나인데 사실은 여성들도 많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 갱년기 연령이란.
"남성의 갱년기를 앤드로포즈(andropause)라 하며 60대 전후에 주로 나타나고 여성의 갱년기(menopause)는 남성보다 이른 40대~50대에 시작된다. '앤드로'는 남성 호르몬, '메노'는 멘스트레이션(월경)을 의미하며 둘 다 성 호르몬의 생성이 몸안에서 거의 중단되는 걸 말한다."
- 성 호르몬의 변화가 왜 하필 프리웨이 공포로 나타나나.
"우리 몸을 총체적으로 진두지휘 내지는 콘트롤하면서 돌아가게 해주는 주요한 역할이 바로 호르몬이다. 여기서는 남성은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답게 특징지어주는 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일 때를 말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우리가 자각 못하는 동안에 몸안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뭔가 밸런스가 깨어지면 여러 건강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 호르몬의 경우는 갑자기 생성이 많아지는 때가 사춘기이다. 이 때 역시 아이들이 갑자기 안하던 행동들 예로 사춘기 반항같은 것이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나는 갱년기 변화는 반대로 이제까지 생성되던 것이 만들어지지 않음으로써 다시 한번 전체적인 몸의 변화(육체적, 정서적)가 온 것이다.그래서 오춘기(주로 50대 접어들면서 보이는 현상들)라고도 하는 것이다(웃음). 갱년기 역시 우리가 생명체임을,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건강한 멘탈이다. 굳이 늙어간다는 표현보다는 살아있음으로 해서 찾아오는 생명의 원천적인 변화로 말이다."
- 프리웨이 공포증만 생기나.
"그렇지는 않다.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는 신체도 영향을 주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주는 것이 신경계통으로 그 중에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가 많다. 정신과의 분류에서 불안장애에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 강박증세 등등이 있고 그 중 하나가 공포증(phobia)으로 '프리웨이 포비아'라는 것이 있다. 신경호르몬의 작용이 과장되게 반응하는 것인데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 생성이 많아지면 평소와 달리 조그만 자극에도 과잉방어태세가 된다. 즉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호흡이 가빠지면서 맥박이 올라가고 혈압과 심장이 반응하면서 땀이 난다. 이 때 균형감각도 잃게 되어 조금만 높은 곳에 있어도 곧 낭떨어지로 구를 것만 같다. 어떤 케이스는 걸어도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둥둥 떠가는 것 같아서 외출하기가 두려워진다. 이외에도 아무렇지 않던 지하실에 내려가기가 죽을 것처럼 무섭고 숨이 막혀 가지 못한다. 가슴이 답답해서 여성의 경우는 꼭 끼는 옷은 물론 브레이지어도 못하는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 호르몬 변화로 오는 위와 같은 공포증은 일반 공포증과 구별되나.
"호르몬성 불안장애와 일반 불안장애의 증세는 같다. 즉 본인이 느끼는 것은 다를바 없이 고통스럽다는 얘기다."
- 갱년기를 맞는 사람들이 다 이같은 호르몬변화로 오는 증세들을 겪는가.
"그렇지 않다. 통계까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동안 개인적인 임상환자를 볼 때 30% 정도는 오히려 더 자유스러워졌다면서 더 기분좋게 잘 지내는 사람들도 보았다. 보통 1/3 정도는 어느 기간이 지나서 몸이 호르몬 변화에 적응되면 증세들도 서서히 사라진다."
- 어떤 사람들에게 심한가.
"가족력이 가장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만일 가족 중에서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경우 3배~4배 정도 갱년기때 위와 같은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소심한 성격, 무서움을 잘타는 평소의 성격 등이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정신과적으로 꼭 요인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당사자의 평소 대인관계 내지는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는 '성격 습관(후천적인 성향)'에 좀 더 요인을 두고 있다. 즉 유전적인 원인이 현재로서는 가장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 잠깐 수술받은 사람의 경우를 언급했는데..무슨 수술인가.
"여성의 경우는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를 제거했을 때를 말한다. 남성은 고환암 등으로 떼어냈을 경우 급격한 호르몬변화이기 때문에 신경계통이 예민해져 위에서 말한 여러 불안장애가 올 수 있다."
-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피해가라는 것이 첫째 답이다. 프리웨이 올라가기가 죽기보다 싫고 무서우면 돌아가는 길을 찾으라는 얘기다. 만일 호르몬만이 원인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나 만일 다른 증세 예로 평소보다 자극에 예민하다거나 하는 갱년기 현상들이 없이 프리웨이만 무섭다면 호르몬성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조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정신과적인 병이 갱년기에 나타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본격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 호르몬성일 경우 어떤 때 정신과의사에게 찾아가야 하나.
"다른 병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현재 하루하루 지내는데 힘들다면 전문의를 하루 빨리 찾아와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기준은 '생활하는데 힘이 드느냐, 아니냐'에 둔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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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갱년기 증후군 의심
갱년기 자가진단법
- 이유없이 가슴이 쿵쾅거리곤 한다.
- 땀이 평소보다 많이 흐른다.
- 특별한 상황도 없는데 앞가슴 쪽이 불편하거나 갑갑하거나 경미한 통증을 경험한다.
- 호흡을 길게 못하고 짧은 숨을 몰아쉬곤 한다.
- 사람이 많은 곳이 싫어지면서 피한다. 평소같지 않다.
-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본다. 웃거나 뛰거나 할 때 소변이 조금씩 나온다.(실제로 요실금이 아닌 이 부분의 신경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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