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잘하는 것과 삶에서 성공하는 것은 언제나 비례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는 노력한 만큼 성적을 받을 수 있지만, 삶에서 또는 의사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 이상의 알파가 필요하다. 그 알파란 바로 성격(Personality)이다.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성적이라도 톱 의대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결과인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생기겠지만 의사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학생들을 심사하는 지를 안다면 그 궁금증은 쉽게 해소될 것이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 지원자를 인터뷰하는 대학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하지만, 의대만큼 인터뷰의 비중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원자가 좋은 내신 성적과 시험 점수를 갖고 있어도 인터뷰 또한 그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입학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의대를 졸업하면 레지던시(Residency) 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의사로써 앞으로 쌓아나갈 경력의 첫 걸음이어서 원하는 레지던시에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갖는 인터뷰와 추천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지던트로 정식 채용되기 전 원하는 병원에서 임시로 한 달간 로테이션으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프로그램의 합격 여부가 판가름난다. 만약 그곳 레지던트들과 교수들이 당신을 맘에 들어 한다면 정식으로 채용될 확률이 높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학생들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선배 레지던트나 교수들은 이 로테이션 기간 중이나 학기 중 실습시간에도 학생들을 관찰하며 인재를 찾는다. 평소에 학생들의 성격 등 생활의 전반적인 태도가 사실상 점수로 매겨지고 있는 것이다. 병원같이 긴장감이 팽배한 현장에서는 진짜 성격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의대 입학절차나 레지던시에서 찾는 성격(personality)은 어떤 걸까? 그것은 바로 '쿨(cool)'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쿨하다' 는 표현은 걱정이 없는 사람, 감정적이지 않고 무덤덤한 사람, 그리고 말수가 많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건 '차가운(cold)' 사람이다. 쿨한 사람의 진짜 뜻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주변을 살피고 배려심이 깊으며 인간적인 사람을 일컫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레지던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간혹 환자가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병동에 입원해 있는 경우가 있다. 오고 가는 시간만 20분에 환자를 검사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족히 30분은 걸린다. 다른 사람이 따뜻한 커피와 아침식사를 할 때 환자들을 보러 가는 길이 분명 짜증날 법도 하겠지만 쿨한 성격의 학생은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며 일한다.
병원에 있노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 예상치 못한 일로 짜증날 때가 있다. 이런 일들이 닥쳤을 때 일부 학생은 불평 불만을 먼저 털어놓는다. 쿨한 성격의 학생들은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로 주어진 일들을 끝마친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파이팅 넘치는 태도가 있는 것이다.
인터뷰 팁을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나는 '너 자신을 보여줘!'라고 대답한다. 인터뷰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자신을 감추면서까지 포장할 필요는 없다. 분명히 학교들이 찾는 '좋은 성격'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따뜻한 성품일 것이다. 성격이란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양성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기적이기 때문에 상호 관계를 맺으며 배려와 희생정신을 배워가며 성숙한 인간으로 무르익어간다. 의대에서 입학 심사 기준으로 성적 외에 특별 활동을 눈여겨보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