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지역 성바오로 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마요한)가 지난 25일 창립 20주년 기념 미사와 축하 행사를 가졌다.
오전 11시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 차서 청년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예비로 마련된 곳에 주차해야 할 정도로 기쁜 잔치날의 모습이었다.
인근 성아그네스 한인성당과 한 동네인 가톨릭신문사에서도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 멀리 오렌지카운티의 성토마스성당을 비롯한 글렌데일 등에서도 사목회 관계자들이 화관과 함께 축하하러 왔다.
최대제 성아그네스 주임신부, 김문상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와 함께 미사를 집전한 마요한(과달루페 외방선교회ㆍ62·사진) 주임신부는 "20년 전 왜 한인 공동체를 이 곳으로 불러 주셨는지 오늘 모두 함께 생각해 보자"며 "20년 동안 쌓은 기반 위에 좀 더 넓은 눈을 갖고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일 때"임을 강조하며 특히 공동체 밖을 향해 새로운 시각을 넓히자고 말했다.
미사후 마련된 250 여명 좌석의 파티장에서는 전신자와 축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하케익 촛불이 켜지면서 흥겹고 의미있는 20돌 맞이 행사가 오후 4시까지 펼쳐졌다.
최대제 신부와 김문상 신부는 축하말을 통해 "교회는 항상 변화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만일 20년 전 변화를 두려워했다면 오늘의 성바오로 한인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신자들을 격려했다.
20년 전 놀톤에 있는 성그레고리 한인천주교회의 신자 수가 많아져 당시 유진오 로모 신부(과달루페 외방선교회)가 몇몇 한인 신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분가해 지금의 한인 공동체를 만들게 된 것이다. 유진오 신부가 1대로 현재의 마요한 주임신부는 5대 째 멕시코의 과달루페 외방선교회에서 파송된 선교 사제이다. 행사장에서 마요한 주임신부를 만났다.
- 다른 한인 공동체와 달리 다민족의 분위기를 많이 느낀다.
"라틴계가 신자의 60%이고 미국인이 25%, 한인이 15% 정도 된다. 20년 전에 우리 한인 공동체를 받아 줄 당시엔 한인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미사를 영어, 스패니시와 한국어 세가지 언어로 한다. 성당 행사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은 다문화 공동체가 된 것 같다. 오늘도 영어권과 스패니시권의 신자 대표들이 함께 했다. 다른 문화권을 받아 들이며 살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가 되어 있다."
- 한인 사목은 계속해서 과달루페 외방선교회의 라틴계 선교 사제가 하고 있나.
"그렇다. 나도 멕시코에서 태어나 29세(당시 1982년)에 과달루페 외방선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첫 선교지가 한국이었다. 서울과 광주에서 25년 정도 사목하다가 멕시코 본부로 가서 선교회 일을 하다가 지난 9월에 부임했다. 미국은 처음이다."
- 한국말을 액센트 없이 정말 잘 하신다. 한국과 이곳 한인 신자와 차이점이 있나.
"(웃으며) 여기 한인 신자들이 더 착하고 순진한 것 같다. "
- 이유가 뭐라 생각하시나.
"글쎄, 좀 더 알아 봐야겠지만 한국은 아무래도 인구가 많아서 그만큼 인간관계에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 이곳에는 라틴계도 많아 반가우시겠다.
"오히려 정 반대다. 이제껏 한국인 신자하고만 살아왔기 때문에 미국와서도 한인 신자들이 더 친숙하고 라틴계 신자들은 지금 열심히 적응 중이다(웃음)."
-미사 때 보니 한국어, 영어 그리고 스패니시 3개국 언어를 하신다.
"신학교에 있을 때부터 우리 선교사 사제들에게 언어는 중요했다. 언어 공부를 많이 한다."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 있나.
"행복하게 살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산다. 그런데도 행복하기 힘들어 안타깝다. 주님 안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행복이다. 한국에서 소록도에 있을 때 가끔 앞의 바다에 낚시하러 가곤했는데 어느날 처음 15분 동안에 고기가 계속 잡혔다. 그런 다음 2시간 정도를 꼼작않고 지루함도 모르고 앉아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처음 잡았을 때의 그 기쁨을 생각하면서 다시 느끼고 싶어서 계속 앉아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앙생활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끔가다가 하느님의 좋은 체험을 맛보고 다시 그것을 그리워하면서 계속 그쪽으로 향해 있는 것, 그래서 한발자국 조금씩 그리로 다가가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20주년을 맞이해서 본당 신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와서 보니 이미 오늘 행사를 위해 일년 계획을 짜놓고 한마음으로 준비 중인 걸 보고 감탄했다. 멕시코와 한국에 계시는 역대 주임 신부님과 수녀님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비디오로 축하말을 담았고 그래서 여기 참석자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공동체는 기쁨과 사랑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