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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치매 예방에 왜 신문이 좋을까

Los Angeles

2015.02.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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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논설위원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LA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아들 마모씨와 부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로 보고 있다. 이들 가족은 청소용역 사업을 해오다 마씨의 80대 부친이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사업이 기울었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수개월 동안 마씨는 부친의 치매 간병에 매달리면서 무척 힘들어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치매의 한문뜻을 보면 '치'자는 정신에 병이 들었다는 뜻이고, '매'는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있는 형상 글자로 어리석다는 뜻이다. 정신에 병이 들어 어린아이 같이 되어버린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치매가 오면 정상적인 지적.인지 기능을 잃어버린다. 인격에도 변화가 온다. 그 때문에 사람과의 정상적인 관계가 헝클어진다. 평생 맺어온 친밀감이 절연되는 것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가족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래서 간병 도중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종종 발생한다.

치매는 아직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데 발병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나이 들수록 자기, 또는 가족 중에서 치매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통계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9.18%에서 치매 증상을 보였다. 10명 중 한 명이 치매란 얘기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54만 명에서 앞으로 15년 후인 2030년엔 127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견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80세 이상 노인의 20% 정도가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치매는 정작 걸린 본인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지적 능력을 상실하기에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질 수도 있다. 문제는 가족들에게 말못할 심적.육체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기억력 저하, 동작 둔화, 적응력 감소, 의존성 심화, 고집 등은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보이는 행태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전조 증상은 '자기 중심적인 완고함'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경험,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우기는 그런 성격은 치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치매를 불러오기 쉬운 노인의 '고집증'은 왜 생길까. 노인 정신의학 전문의로 수 천명 노인의 뇌사진을 판독해온 와다 히데키 의사는 뇌의 '전두엽'이 파괴될수록 망령과 고집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전두엽은 대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것으로 사고.의욕.감정.성격.이성을 담당한다.

완고한 영감, 고집쟁이 노인이란 말은 전두엽이 파괴되기 시작한 노인이란 뜻이다. 한 가지 생각에 집착해 새로운 것,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유일한 잣대인 양 설교하는 사람도 전두엽 파괴형 인간이다. 결국 전두엽의 파괴가 계속되면 치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참고로 고혈압 등 약을 장기복용하는 것이 전두엽 파괴와 치매의 원인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은데 필자도 그렇게 믿고 있다.)

전두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속칭 '뇌섹남'이 되면 가능하다. '뇌가 섹시한 남자(사람)'란 뜻이다. 주관이 뚜렷해서 할 말은 하되, 의견이 대립되면 유연하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며, 신문(책)을 많이 읽어 지식과 언변이 좋고, 호기심과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을 지칭한다. 요즘 그런 '뇌섹남'이 인기다. 육체적인 섹시함을 지키는 건 한계가 있다. 뇌를 섹시하게 유지하는 것, 치매 없이 건강하고 인기 있는 삶의 비결이 아닐까.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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