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 옥빛 카리브해 저너머에 쿠바의 아바나를 볼 수 있다는 플로리다 키 웨스트에 헤밍웨이가 살던 집이 있다. 도공이 기념비적인 도자기를 구으려 혼신의 힘을 쏟듯이 헤밍웨이는 그곳에서 죽음, 삶의 비장함을 녹여낸 작품을 썼다. 그와 그의 불후의 명작을 사랑했던 애호가들이 주인없는 집을 방문할 때 제일 먼저 손님을 반기는 이는 고양이들인데 특이하게도 육손이, 칠손이가 많단다. 다지증 기형 고양이들이다.
"음식을 아껴 먹으면 육손이 된다", "임산부가 생강을 먹으면 육손이를 낳는다"는 금기의 말들이 있지만 정상적인 10개의 가락 외에 오그라든채 기형적으로 붙어 있는 11번째 손가락은 속울음을 많이도 울게한 아픔의 원인이 된다.
일리노이 의대 비세켜는 간이 붓고 키가 자라지 않는 '허스증후군'(Hers syndrome) 유전 질환을 연구하는 소아과 의사다. "인체 게놈연구로 30억쌍의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졌고, 유전병을 일으키는 1200여개의 유전자가 밝혀졌지만 병든 유전자를 찾아내 제거하고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앞으로도 수십년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 고 한다.
온두라스(Honduras) 모라산 요로(Morazan Yoro)가 고향인 에르미니오 싼또스(47세)는 '다지증(polydactyly)' 환자다. 급식을 받아든 그의 오른손 엄지 손가락 옆에는 새끼 손가락만한 6번째 손가락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슬그머니 붙어 있어 죄송한 11번째는 다른 가락과 똑같이 손톱도 정상이고 다정하게 엄지가락 옆에 달려 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을 삼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엄지 손가락 옆에 갈고리처럼 돋아나 있는 또 하나가 고울리가 없다.
육손이 부끄러운지 자꾸 왼손 그늘로 감추었던 그가 덥석 악수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은 신묘막측한 지혜로 인체를 지으신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다.
그가 애난데일 거리급식에 나온 것은 지난 7월부터다. 미국에 온지 6개월째인 그는 목수헬퍼로 근근히 생활하는 거리 노동자다. 온두라스에 7식구를 남겨두고와 늘 눈에 밟힌다는 그는 지난 8-9월 두달동안 생활비를 보내지 못했다. 점점 줄어드는 일거리 때문에 근심하는 자신은 그렇다치고 온두라스에 두고온 부양가족들이 학수고대 기다릴것만 같아 하루하루가 초조해진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화된 불체자 단속에다 바닥을 치는 경기탓인지 목을 길게 빼고 하루종일 기다려도 좀처럼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곁을 지나가는 허구많은 차들에 눈길을 줘보지만 공치고 돌아가는 날이 일한 날보다 더 많은 요즘이다. .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성경을 여러 차례 읽었다는 싼또스의 머리속엔 중요한 요절이 쌓여있다. 이번 배식때 외워야할 성경구절은 요한계시록 3:20절이다. 식사기도를 마치고 밥을 받기 위해 줄에 선채 암송하는 시간은 긴장감과 함께 한바탕 웃음이 오가는 시간이다. 일찌감치 합격해 음식을 받아든 라티노들은 동료들이 쩔쩔매는 모습에 좋아라한다. 육체는 불만족하나 단 한순간도 떠나지 않으시고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싼또스와 라티노위에 풍성함으로 함께 하는 가을이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