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에서 개봉되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Untold Scandal)는 알려진 대로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에서 시작됐다. 제목이 보여주듯 프랑스(넓게는 유럽)에 스캔들이 있었다면 조선에는 남녀상열지사가 있었다. 이재용 감독은 18세기 아직 서로를 잘 모르고 있던 프랑스와 조선에서 공통의 무엇을 발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서학(천주교)은 공유의 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아주 똑같은 것은 없는 법이어서 스캔들의 시각에서 상열지사를 대칭적으로 묘사하다 보니 무리도 있다. 사촌이면서도 첫사랑인 조원(배용준)과 조씨 부인(이미숙). 두 사람이 9년 수절에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숙부인 정씨(전도연)의 순결을 놓고 섹스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은 유럽적이다.
'위험한 관계'에서 시작했지만 문화에 대한 자의식은 강하게 빛난다. 이 감독은 조선의 문화를 탐미적으로 바라본다. 공들여 정성스럽게 담아낸 의상과 양반집의 영상은 눈부시게 화려하다. 트레머리하고 분바르고 몸단장하는 모습 등의 세밀한 묘사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감독의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탐미적 영상은 그러나 서로 다른 이율배반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 귀족문화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파격적인 성애는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데 귀족문화는 이를 억압하는 관습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띈다.
등급없음. 22일 개봉. Laemmle Fairfax(LA).Edwards Brea Stadium East 12(Brea).Edwards Cerritos Stadium 10(Cerritos).Laemmle Town Center 5(Encino).Playhouse 7(Pasedena).Regal Garden Grove Stadium 16(Garden Grove).Edwards Irvine Spectrum 21(Irvine)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