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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공포영화 몇 편

San Francisco

2004.10.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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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죽음의 공포는 죽음 그 자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죽음이 우리에게 두려운 것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제 위험에 노출되는 데는 두려움을 가지면서 허구 속에서의 공포 체험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와 공포영화는 꽤나 어울리는 궁합이다. 하지만 관객의 존재 감각을 순간적으로 뒤집어버릴 만한 ‘진짜 무서운’ 걸작 공포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게다가 요즘 헐리우드엔 공포영화다운 공포영화가 거의 사라진 듯하다.
과거 공포영화의 대명사 같았던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은 이제 여타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캐릭터 상품화돼버려 더 이상은 공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장르의 혼합이 만연해 코미디나 SF와 결합된 공포영화는 공포영화 본연의 공포가 반감된다. 한동안 미국 공포영화의 대명사처럼 되었던 <13일의 금요일>류는 관객들이 그 무차별 살육에 식상한 이후 제작이 중단됐다.

오늘은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스플래터니 하드 고어 (핏덩어리)니 하는 선혈이 튀는 영화는 피하고 점잖지만 은근히 무서워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는 영화 몇 편을 소개한다.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년)
사탄의 후계자를 젊은 여인의 몸을 빌어 낳게 하려는 사탄 숭배자 집단의 음모가 무시무시하게 펼쳐진다. 요란스런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을 음산한 분위기로 몰아가는데 도사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이다. 필자가 공포영화 가운데 가장 지적이면서도 가장 무서운 영화로 꼽는 작품

<엑소시스트> (Exorcist, 1973년)
1970년대에 오컬트영화의 붐을 불러온 공포영화의 명작이다. 소녀 안에 깃든 악마와 그를 퇴치하려는 신부의 혈투가 치열하게 전개된 후 결국은 신의 승리로 끝나지만 희생은 적지 않다. 악마 들린 소녀 역을 맡은 린다 블레어의 여러 가지로 변하는 모습은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것이었다. 이후 <오멘> 을 비롯한 아류작들이 꼬리를 물고 제작되었다.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년)
속칭 스파게티 호러의 대부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 40대 이상은 대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악마 숭배자들이 운영하는 유럽의 발레학교로 멋모르고 유학온 미국의 여학생이 겪는 극도의 공포가 소름끼치는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년)
SF가 가미된 공포영화의 대표작. 아무래도 1956년 돈 시걸의 원작을 최고로 치지만, 1978년에 필립 코프먼이 리메이크한 것도 볼 만하다. 1993년 아벨 페라라가 <바디 에어리언> (The Body Snatchers)란 제목으로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도 괜찮다. 원작 소설이 매카시즘을 풍자한 만큼 공포영화가 지닌 사회성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을 덮쳐 그들을 복제해 나간다는 오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2년)
매스 미디어에 둘러싸인 채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상황을 절망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비디오에 지배 당한 인간의 유일한 구원은 죽음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스토리를 정확히 좇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울 정도로 상징적인 이미지가 빈번히 사용되지만 그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다.

<헬레이저> (Hellraiser, 1987년)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나이트메어> 의 프레디와 더불어 공포영화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로서 머리에 온통 핀이 꽂혀 있는 그로테스크한 핀헤드가 등장하는 영화다. 쾌락을 좇는 인간의 종말을 충격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혼란스럽지만 놀라게 하거나 무섭게 하려고 억지를 쓴 영화가 아니고 매우 진지하며 지성적인 공포영화다.

<킹덤> (The Kingdom, 1994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실제하는 ‘킹덤 병원’을 무대로 하여 억울하게 비극적인 삶을 마친 어린 소녀의 영혼에 얽힌 얘기와 병원 내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가 정교하게 진행된다. 심령술이 가미된 공포영화로 자극적인 장면이 별로 없으면서도 관객을 4시간 39분이란 긴 시간 동안 잠시도 긴장 속에서 놓아 주질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촬영 기법과 필름 처리법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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