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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3.1독립운동을 가르치자

New York

2015.02.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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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치 경 / 교육학 박사·남부뉴저지통합한국학교 교감
3.1절은 1910년 일본에 강점당한 지 9년 후인 1919년 3월 1일 일본 식민지 지배하의 한국에서 일어난 거족적인 민족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3.1운동 이후 전국을 휩쓴 시위운동 상황을 보면 집회 회수 1542회 참가 인원 202만3089명 사망자 수 7509명 부상자 1만5961명 검거자 5만2770명 불 탄 교회 47개소 학교 2개교 민가 715채나 되었다(일본 당국 발표).

이 역사적인 독립운동은 일제의 잔인한 탄압으로 인해 많은 희생자를 낸 채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대내외적으로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만방에 알린 거사이며 우리 근대 민족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매년 3.1절 행사가 미국에서도 열리지만 한국에서처럼 초.중.고등학생들이나 혹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독립기념관을 찾아가거나 행진을 하면서 당시의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는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조차도 40% 정도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아직도 3.1운동의 뜻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물며 미국에서 사는 한인 학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미국 내 대부분의 한인사회 3.1절 행사에는 한인회 임원들과 사업가들 노인회 회원들이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지 학생들이 참석하는 것은 아주 드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남부뉴저지한인회(회장 이영빈)에서는 금년 들어 4년째 한국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뜻있는 기념행사를 해 오고 있다. 연극 한국의 노래 독립선언문 시 낭독 등의 행사를 학생들과 함께 주체가 되어 진행한다. 태극기를 들고 모두가 만세를 부르면서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다.

일제 치하 때 조국을 위해 일신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필자는 두 순국선열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먼저 저항문학으로 유명한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님이다. 불교 혁명가이자 독립선언서를 공저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분이시다. 우리의 애송시 중 그의 '님의 침묵'은 시를 읊조리는 이의 가슴을 안타깝고 애닳게 만든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중략)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 시의 '님'을 그의 '조국'이라고 해석해 보면 시인이 얼마나 애처롭게 조국을 그리워했는지 얼마나 뜨겁게 아니 얼마나 처절하게 조국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땅덩어리가 하나의 감옥인데 어떻게 불 땐 방에서 편히 살겠느냐며 만해는 냉골의 거처에서 꼿꼿하게 앉아 지냈다. 해서 '저울추'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돌집(조선총독부)이 마주 보이는 쪽으로 당신의 집을 지을 수 없다며 심우장을 북향으로 지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정끝별.문태준)

마침내 조국이 1945년에 광복을 맞이하건만 그토록 그리던 조국 광복을 눈앞에 두고 1년 전인 1944년 만해는 혹독한 가난으로 별세하고 만다. 얼마나 애석한가!

다음으로 떠올려 보는 순국열사는 미처 활짝 펴 보지도 못한 그의 삶을 조국을 위해 기꺼이 바친 이화학당의 유관순 열사다. 1902년에 태어나 1920년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서대문형무소에서 갖은 고문을 당하다 끝내 일본 경찰의 구둣발에 차이는 고문 끝에 방광 파열로 사망했다. 해방 전 1944년에 이 형무소는 2890명의 한국인 독립투사와 어린 18세 미만의 여학생들까지 감금해 고문하고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내몬 일제의 형무소였다.

그러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역사교육의 과제는 무엇인가? 3.1 독립선언서를 보면 아래의 공약 3장(번역문)을 찾아볼 수 있다.

一.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

一. 모든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이것을 요약하면 ▶자유와 정의로운 사회 ▶독립의 영광 ▶비폭력주의.인도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어나갈 한국민족의 정체성이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한민족의 정신적 유산이 아니겠는가? .

그러면 우리가 해 온 기존의 교육을 보자. 단적인 예로 우리는 조선왕조의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 암기하는 식의 역사교육을 해 오지 않았던가? 이런 교육의 답습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역사의식을 심어 주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교육이었다. 미국의 현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학습방법은 핵심주제를 선정해서 탐구하는(Central Theme for Inquiry) 것이다.

탐구 주제를 '3.1독립운동정신'으로 선정했을 때 핵심문제(Essential Questions)의 예를 든다면 ▶3.1운동의 역사는 왜 중요한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3.1운동에서 찾을 수가 있는가 ▶3.1운동을 통해 본 한국 민족은 무엇이 어떻게 왜 뛰어난가 ▶우리 조상들의 수난의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조명하고 있는가 ▶역사교육은 왜 중요한가 등 여러 문제들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3.1운동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학생들과 함께해야 할 역사 연구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자녀들은 한국 정신 한국인의 정체성을 인식함으로써 진정한 한민족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어만 가지고는 모자라다. 우리 한국학교들은 모두가 한국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철학가 조지 산타야나가 "Those who cannot learn from history are doomed to repeat it"이라고 갈파했듯이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그 쓰라린 비극을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한국학교는 우리 자녀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역사교육을 통해서만이 우리 자녀들에게 한민족의 정신적 유산을 즉 우리의 정체성을 활짝 꽃피게 할 것이다. 한국 역사를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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