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블레어(줄리 곤잘로)가 평화봉사단으로 페루로 떠나자 루서(팀 앨런)와 노라(제이미 리 커티스) 크랭크 부부는 선물사고 파티하는 돈으로 카리브해로 크루즈 여행을 가는 게 남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나무도 안사고 경찰에 기부도 안한다. 대신 카리브해 크루즈 표를 예약하고 민망한 수영복도 사고 선텐도 한다.
이들이 사는 헴록 스트릿의 이웃들은 경악한다.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기겠다고!" 온 동네가 똘똘 뭉쳐 압력을 가한다. "크리스마스는 세야지." 그럴수록 크랭크 부부는 더욱 열심히 여행을 준비한다.
한데 이런. 24시간만 지나면 크루즈에 오르는데 하필 그때 딸이 전화를 하다니. "크리스마스에 집에 갈께요. 남자친구도 같이요."
트리 꾸미고 지붕에 눈사람 올리고 전구 장식하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은 24시간도 안되고. 마음은 급해 손은 헛도는데 그 사이 동네 인심을 잃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파티에 초대해도 올 리 만무하고.
조 로스 감독의 '크랭크 가족의 크리스마스'(Christmas with the Kranks)는 앨런과 커티스 두 코믹 배우가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온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딸이 좋아하는 햄 구하기 전쟁을 벌이는 커티스 지붕에서 떨어지고 비를 뒤집어쓰는 앨런의 코믹 연기는 그런대로 볼만하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법정 드라마의 대가 존 그리샴이 쓴 '크리스마스 건너뛰기'(Skipping Christmas). 꼭 작가 때문은 아니겠지만 크리스마스 영화 특유의 따뜻한 결말에도 으스스한 면이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을 이끌고(조폭 두목같다) 크랭크 가족에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압력을 넣는 빅 프로마이어(댄 애크로이드)는 무섭다. 물론 나중에 그 막강한 영향력으로 도움을 주긴 하지만 으스스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