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라는 금융회사가 ’돈많이 쓰라고’ 만든 광고 문구였는데 벤처붐으로 흥청되던 시기여서 제법 젊은이들에게 어필했었다.
이 문구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당시 해외여행객이 급격히 늘었고 사회전반적으로 주 5일 근무와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열심히 일한 후 여행을 가자’는 풍조가 유행 처럼 번졌었다.
윌리암스버그로 떠나면서 문득 그 광고문구가 생각났다.
11월 중순인데다 또 한해가 가고 있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대부분의 비지니스가 주춤해 지는 시기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비지니스가 슬로우해지는 이때야말로 재충전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더 늦어지면 추워서 어렵고 미적대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닥쳐 또다시 속절없이 한해를 보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고 권하고 싶다
워싱턴에서 150마일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윌리암스버그는 ’서울서 대전 가는 길’ 처럼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가는 길도 쉽고 가족단위의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윌리암스버그는 한국의 경주처럼 역사적인 도시다. 영국이 지배하던 18세기에 버지니아의 수도였다고 하니 꽤 오래된 도시다. 독립전쟁이후 영국인들이 철수하면서 피폐해졌다가 1930년대에 D 록펠러 주니어 등 재건위원회에 의해 복원됐다고 한다.
록펠러와 콜로니얼 윌리암스버그 재단은 당시 폐허가 된 집터들을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려냈고 유적지도 예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초기 이민자들이 정착했다는 히스토릭에어리어는 310만스퀘어피트에 달하는데 한국의 민속촌처럼 당시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그 때의 생활 모습들을 재현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우리가 경주에 갔던 것처럼 소풍이나 수학여행 식으로 다녀오기도 한다. 그만큼 미국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한번쯤은 가봐야 할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윌리암스 버그가 고리타분하게 역사공부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다.
휴양지로도 손꼽힌다.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아빠들에게는 최적의 휴가지다.
미국서도 손꼽히는 골프리조트가 서너개 있는데다 이름 높은 명코스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골프도 즐기고 관광도 즐길 수 있는 일거삼득의 휴양지라 하겠다.
모처럼 휴가에 골프를 실컷 치고 싶은 아빠들은 더이상 가족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윌리암스 버그는 자녀들에게도 충분히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아빠가 골프를 즐기는 동안 가족들은 박물관이나 역사적 유물들을 관람하거나 리조트에 있는 워터 파크, 부시가든 등에서 놀면 된다.
초기 미국이민자들이 정착했다는 제임스 강변의 제임스타운을 돌아보거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을 조각해 놓은 대통령 파크에서 역대 대통령들을 만날 수도 있다.
저녁에는 온가족이 200년 전통의 먹거리들을 시식할 수 있는 고전적인 레스토랑을 찾아 별미를 즐기며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도 있다.
워싱턴에서 가까운 거리에 윌리암스버그 같은 다목적 휴양지가 있다는 것은 워싱턴 주민들의 축복이다. 이동 시간이 짧아 체력소모가 적고 예산도 타 주로의 여행보다 적게 들기 때문이다.
비시즌인 지금이 경비를 절약하며 시즌과 별 차이없이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골퍼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적인 명문 코스에서 라운드해 볼 최적기라 생각한다. 시즌 중에는 부킹도 쉽지 않고 가격도 두배 이상이다.
다만 부시가든이나 워터파크가 11월부터는 문을 닫으니 가급적 짧은 일장이 적당할 것 같다.
골퍼들에게는 하루라도 더 코스를 돌 수 있는 일정이 구미가 당기나, 자녀들이 놀이시설 없이 역사기행만으로 휴가를 보내기엔 다소 지루할 수는 있다.
윌리엄스버그와 인근지역 가볼만 한 곳은 다음과 같다.
■윌리엄스버그= 윌리암스버그는 시전체가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둘러봐야 자세히 볼수 있다.
윌리암스 유래를 간단히 살펴보면 1633년경 제임스타운에 머무르던 영국 정착민들이 좀더 나은 생활환경과 담배농사를 위해 5마일정도 북서쪽으로 이주를 시작해 제임스타운보다는 약간 고지대인 이곳에 정착, 1722년 버지니아주 최초의 시가 되었다.
도시이름은 영국왕 윌리암스 3세의 이름으로 명명. 1699~1779년까지 버지니아의 주도였으며, 영국 식민지의 정치·문화 중심지이자 미국 독립운동의 무대로서 다른 어떠한 도시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26년 J D 록펠러의 원조로 식민지시대의 거리와 건물등을 복원, 현재는 역사를 공부하려는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해마다 400만명이상 찾는다.
중심가인 ‘듀크 오브 글루세스터’를 비롯 사적지(Historical Area), 의사당 건물, 그리고 왕당파와 혁명론자들간에 격론이 벌어지곤 했던 선술집, 좌파학생들을 교육했던 윌리암& 메리 칼리지, 식민지시대의 법원, 재판장면 등등 17~18세기 역사와 문화를 윌리암스 시내 곳곳에서 골고루 맛볼수 있다.
단시간 방문하는 경우는 방문자센터 앞의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는게 좋다. 사적지 부근에는 주차 불허.
■제임스타운=영국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건설한 최초의 정착지로 제임스 1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제임스타운에는 높은 울타리로 지어진 삼각지(Triangle)형태의 정착촌이 눈길을 끈다. 정착초기 짐승이나 인디언들의 습격을 막기위해 3곳의 꼭지점에는 경계초소를 설치해 놓은것. 울타리 밖으로는 당시 인디언들의 생활상을 볼수있는 인디언 마을도 있다.
■버지니아 비치=체사픽만에 면한 버지니아 최대의 휴양도시로 남쪽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경계선까지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버지니아 비치의 1번가에서 38번가까지 길게 이어진 해변은 4계절 내내 낭만을 선사, 연중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기때문에 미리 숙박예약을 하는게 좋다.
■체사픽 베이 브릿지=바다위를 가로지르는 교량과 터널, 중간중간의 인공섬을 잇는 브릿지의 길이가 장장 23마일. 순수 교량의 길이만도 12마일이나 된다. 세계최장의 교량으로 관광객들의 필수탐방 코스다. 자동차로 다리를 건널때는 규정속도 최대 55마일~최저속도 45마일을 지켜야 한다.
■해양과학 박물관(Marine Science Museum)=각종 상어류, 노랑 가오리, 바닷거북, 문어류 등 희귀한 바다생물들이 수십만갤런 규모의 대형수족관에 몇개에 나눠져 관람객들을 맞는다.
■해군박물관=해군의 역사를 보여주는 햄튼 로드 해군 박물관(Hampton Roads Naval Museum)은 중부 애틀랜타지역 해군의 225년 역사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군박물관이 있는 국립항해센터(National Maritime Center)내 부두에는 왕년에 세계2차대전과 한국전, 걸프전에 동원됐던 해군의 가장 큰 전함인 ‘위스컨신호’가 있어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항해사 박물관(Mariners’ Museum)=다시 I-64 웨스트를 타고 Eixt258 사우스로 빠져 2.5마일 가면 제임스강변에 항해사 박물관이 나온다. 인류가 배를 만들어 바다에 도전해온 발자취를 한눈에 볼수있도록 연대기순으로 선박들을 전시해놓았고, 선박 미니어쳐, 증기엔진룸, 각종 선박자료, 용구, 사진등이 수만점에 이른다. 타이타닉호의 구슬픈 역사를 재현해놓은 자료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곳.
■요크타운=뉴폿뉴스 북쪽 요크강변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로 17세기에는 영국으로의 담배수출항구. 미국혁명의 전쟁 드라마가 펼쳐진 곳으로 유명하다. 1781년 콘왈리스가 지휘하는 영국군이 뉴욕으로부터의 지원군및 해상 함대의 원조를 기대하여 이곳으로 물러났을 때, 조지 워싱턴이 이끄는 식민지군이 육상에서 이를 포위하고 해상에선 프랑스함대가 출격, 영국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식민지군이 승리를 일궈낸 것. 이로인해 식민지군이 군사적 승리를 확정하고 전쟁을 종결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적지로 꼽힌다.
지금도 당시 전투에 사용됐던 참호나 성곽, 영국군이 항복했던 장소 등을 잘 보존해 놓아 생생한 역사의 숨결을 느낄수 있다. 또 18세기의 생활상을 체험할수있는 담배농장, 전통방식 가든을 비롯 전쟁관련 갤러리 등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