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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범과 유명 기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Los Angeles

2015.04.0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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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스토리 (True Story)
감독: 루퍼트 굴드
출연: 제임스 프랑코, 조나 힐, 펠리시티 존스
장르: 스릴러
등급: R


마이클 핀클(조나 힐)은 뉴욕 타임스의 잘나가는 기자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불명예스럽게 신문사를 떠나게 된다. 앞길이 막막했던 핀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아내와 세 아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크리스천 롱고(제임스 프랑코)가 마이클 핀클 행세를 하며 도망 다니다 멕시코에서 붙잡혔다는 이야기다. 핀클은 수감돼 있는 롱고를 찾아 간다. 기자로서의 호기심과, 혹시 이 기회가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롱고는 핀클의 글솜씨를 동경해 왔다며, 자신의 이야기와 사건의 진실을 샅샅이 털어놓는다. 핀클은 그 대가로 롱고에게 힘있는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준다. 둘의 만남은 항상 차분하고 진실해 보인다. 그러나 늘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핀클에 대한 롱고의 신뢰는 점점 깊어지는 듯 보인다. 핀클 또한 롱고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든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의심과 불안의 눈을 거둘 수가 없다. 롱고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핀클은 또 다른 욕심에 균형 감각을 잃고 만 것은 아닐까. 대체 둘 중 누가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 '트루 스토리(True Story)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은 채 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이 궁금증을 조금씩 세공해 보여준다.

혼란은 롱고의 공판이 시작되며 급격하게 가중된다. 법정에 서서 사건의 전말을 길고 상세하게 술술 말하는 롱고를 지켜보다 보면, 무언가 확실히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핀클의 글쓰기 강좌 덕으로 한결 탄탄해진 그의 이야기에 영화 속 배심원들처럼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핀클도 법정에 선 롱고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혼란에 빠지지만, 이젠 모든 것이 그의 역량 밖이다. 그가 느끼는 혼란도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으로 전이된다.

핀클의 아내 질(펠리시티 존스)의 존재가 또렷이 드러나는 것도 그때부터다. 영화는 질을 통해 관객들의 미묘한 불안감과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롱고에게 무섭도록 몰입해가는 남편을 한 발짝 떨어져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지켜보는 그녀의 시선에, 관객들은 금세 동화된다. 롱고와 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가장 위협적이고도 강렬하다. 목소리는 정직하고 편안하지만 그 기저엔 성적인 뉘앙스를 잔뜩 깐 채 질에게 접근하는 듯한 수화기 너머 롱고의 모습과, 결코 거리를 좁히지 않은 채 침착하게 이에 대응하는 질의 모습은 선명하고도 두려운 효과적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끝까지 결론을 내 주지 않는다.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끝내 함구한다. 영화가 집중했던 것은 사건의 결론이 아니라, 둘이 서로를 잠식해갔던 그간의 과정이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의도가 어떻든, 김이 새고 답답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핀클과 롱고의 그 기이하고도 팽팽한 시소 같던 관계의 다이내믹만은 강렬히 뇌리에 남는다. 한동안 코미디 외도가 심했던 조나 힐과 제임스 프랑코가 오래간만에 멋진 정극연기를 펼쳐보인 덕도 크다.

'트루 스토리'는 오는 17일 LA와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개봉된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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