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Story] 문화원 개원 35주년 '문화재 전통 예술인 공연'에 부쳐
겉모양이 아무리 화려해도 뿌리가 썩으면 그 형체는 곧 쇠잔해버리고 만다. K-Pop, 한류로 표현되는, 최근 한국문화의 세계로의 흐름은 대단히 화려해 보인다.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시장에서의 한류 문화상품의 부상을 피부로 느끼며 이제 우리의 모국도 강국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인가 하는 느낌(착각?)마저 든다.90년대 초, 한국문화의 세계화라는, 프로퍼갠더성의 홍보정책이 실속 없는 허울로 판을 치더니 어느덧 한류로 대체되었고 지금은 그 중 K-Pop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 3월 31일과 4월 1일 양일간 LA한국문화원 개원 35주년 특별공연이 있었다. 이날 공연은 본국에서도 대하기 힘든 문화재 및 문화재급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한 합동공연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공연기간 중 필자와 출연자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문화전반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각자 이미 문화재이거나 문화재 후보들이어서 자연 최근 개정된 문화재 관리법에 관한 뒷얘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필자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예술인들이 문화재관리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의 불합리, 불공정한 행정에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서글픈 일은, 해당관료가 바뀔 때마다 관련 예술인들은 문화재청의 비합리와 공정하지 못한 처사에 질질 끌려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다.
심오한 정신에서 창조되는 예술세계에 관료주의적 제도와 법이라는 잣대로 관이 예술을 좌지우지 하다 보니 비리, 부정, 부패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현상이 예술계에도 자연스레 마치 관행(?)처럼 뒤를 잇는다.
문체부는 지난해 문화재청과는 별도로 해외 명예전승자를 공모, 10명을 선정, 발표했다. 그 중 강령탈춤 전승자로 선정된 강대승은 이에 고무되어 얼마전 전승회관까지 개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탈춤을 배우겠다는 주변의 가상한 뜻들이 끊이질 않았기에, 힘겨운 이민생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탈춤을 미주에 보급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지속되어 왔고 마침 지난 해 명예전승자로 선정된 일이 계기가 되어 탈춤의 보급 및 보전을 위한 전승회관을 개관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체부의 명예전승자 사업은 다분히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만 느낌이다. 현재까지 운영, 지원에 대한 어떤 시책도 발표된 바 없다. 문체부, 문화재청 모두 실체성도 없는 명분위주 행사로 해외의 예술인들에게 혼돈만 주고 있을 따름이다.
문화원 개원 35주년 기념공연의 주관자로서 필자는 이번 공연이 이곳의 2세들에게 그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한류, K-Pop의 근원이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일깨워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본국의 대가들을 초청, 관람하게 하여 예로부터 춤과 노래를 즐겨오던 우리 선대의 '끼'를 2세들에게 보여주고 K-Pop의 근원인 우리의 전통문화가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서 버텨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우리에게는 K-Pop뿐만 그 보다 더 귀한 문화유산인 전통문화가 있음을 자각시켜 주고자 했다.
앞으로는 이런 행사들이 보다 자주 열려 K-Pop 안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내는 일들이 심도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본국의 문화재청, 문체부도, 해외에서 우리 전통문화 보급, 보전에 힘쓰고 있는 현지 예술인들이야말로 전통문화 홍보의 최고의 수훈감이라는 사실에 입각,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속히 시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병임 <무용평론가, 우리춤보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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