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표현인지는 몰라도 바로 발 밑 진흙 속에 파묻힌 진주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그 얼마나 후회스럽고 아쉬운 일이겠는가.
캘리포니아 서해안 특히 모로베이 북쪽 1번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태평양 망망대해를 보노라면 사느라고 가슴 속에 찌들면서 뭉쳤던 응어리들이 봄 눈 녹듯 시원하게 뚫림을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다.
그 유명한 몬트레이의 페블비치에서 골프 한 번 쳐보지는 못할 망정 17마일을 돌면서 사슴들과 같이 잔디 위에서 즐기는 골퍼들의 모습이라든지 바다 위에 떠있는 돌섬 위에서 한가로이 우수에 젖어있는 물개들의 정경도 정경이지만 페블비치에서 남쪽으로 35마일 지점 떨어져 있는 좀 더 정확하게 빅 서(Big Sur)에서 1번 선상 남쪽으로 10마일 지점에 있는 줄리아 페이퍼 번 주립공원을 소개한다.
이곳은 1번 하이웨이를 타고가면서 드넓은 바다의 경치에 취해 그냥 지나쳐 버리기가 십중팔구. 그러나 이 공원을 일단 들어가 보면 울창한 숲이 있고 특급에 속하는 등산로도 있으며 폭포가 있다. 게다가 파도가 발 밑까지 밀려왔다 쓸려 나가는 해상공원 전망대에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다.
이 공원은 줄리아 페이퍼의 아버지 마이클 페이퍼가 1869년에 처음 탐험하고 자연경관에 혼취돼 이곳으로 이주한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공원은 딸 줄리아가 공직에 있는 남편의 힘을 빌리고 사재를 털어가며 수년 간 봉사하는 등 혼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개발됐다. 여자의 힘이 남자보다 약하다고 하지만 남자가 본 받아야 할 여인상이 이곳 미국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줄리아 페이퍼 이름 뒤에 '번스'를 붙였을까. 계곡 골짜기 안에는 아름드리 레드우드가 숨이 막힐 듯 빽빽히 들어차 있는데 그 나무들 전부가 새까맣게 불에 탄 화상흔적이 있다. 높은 산에 가보면 벼락을 맞은 큰 나무 한 두 그루가 불에 타 죽어 있는데 이처럼 캐년 전체에 벼락이 휩쓸고 간 곳은 흔치 않기에 아마 이름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곳에서 4마일 길이의 잘 정돈된 등산로를 한바퀴 돌면서 만경창파의 바다를 내려다 보는 맛도 맛이지만 1번 하이웨이 밑을 통해 선착장에 나가 바라보는 해안의 절경과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 경사가 심해 허가를 받고 내려가야 하지만 지하수 공원의 동굴 자연다리의 장관도 감상하자.
폭포 위에는 두 자리의 캠프사이트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잠을 자면 낭만이 있어 보이지만 파도소리 때문에 깊은 잠은 잘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