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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톤 육중한 고래가 텀벙

Los Angeles

2005.01.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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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보인다!"

갑자기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면서 큰 소리로 외치자 찬 바람이 불어대는 배 난간에 몰려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두리번거리고 눈을 반짝인다. 겨울바다의 쌀쌀함은 중요하지 않다. 어른들은 쌍안경을 눈에 대고 어린이들은 손바닥을 친다.

배 스피커에서 고래가 지나가는 위치를 알려주자 갑자기 떠드는 소리가 사라진다. 멀리 반짝이는 물결 위로 검은 색 무리가 지나간다. 알래스카를 떠나 바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고래 무리들의 꼬리 지느러미들이다.

이들은 갈 길이 바쁜지 얼굴도 보여주지도 않고 천천히 헤엄쳐 가기만 한다. 6000마일에 이르는 대장정 길에 오른 고래 무리들은 하루 최대 100마일씩 헤엄쳐 간다.

그리고 8~10주 뒤면 따뜻한 남쪽에 도착해 그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을 것이다. 이들은 날이 풀리는 2월이면 다시 새끼들을 데리고 알래스카로 돌아간다.

남가주 최대의 관광 아이템인 고래이동이 시작됐다.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고래 종류는 회색고래(Gray Whale). 전세계 회색고래의 25%에 해당하는 2만5000여 마리가 움직이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장엄하다. 일반적으로 고래 떼 행렬을 볼 수 있는 시즌은 12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이 기간동안 벤투라와 옥스나드 대나포인트 항구 등에서 배를 타고 나가 고래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래 구경의 백미를 꼽는다면 물뿜는 장면과 육중한 몸을 허공으로 솟구치는 모습이다. 고래는 대략 15분 간격으로 물 위로 나와 숨을 쉰다. 이때 남아있는 공기와 물을 내뿜는데 물줄기가 1미터 이상 허공으로 솟구친다.

또 평균 35톤에 이르는 육중한 몸을 4분의3 가량 허공으로솟구쳐 떨어지며 만드는 물보라 모습도 감탄사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

고래는 짧은 잠수를 몇 번 한 다음에 물 속 깊이 잠수하곤 하는데 이때 물 밖으로 보이는 꼬리 지느러미가 햇빛을 받아 빛나는 게 아름답다.

호기심이 많은 고래는 가끔 헤엄치다 고개만 물 밖으로 내놓고 주변을 살피곤 하는데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

고래구경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래구경을 떠난다 해도 꼭 보고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고래 마음이기 때문이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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