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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 한 나이…스무살

Los Angeles

2015.04.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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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 3인 3색 캐릭터 열전
영화 '스물'은 가장 젊고 찬란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엉성하고 한심하고 스무살 청춘들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한 여학생을 좋아했던 인연으로 삼총사가 된 셋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서로 각기 다른 길을 가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대학생이 돼 짝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는 치열한 재수 생활에 돌입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백수 생활을 하며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사람의 스무살 인생. 미래에 대한 큰 꿈과 이로 인한 방황도 있지만 그보단 당장 눈 앞에 닥친 연애나 용돈같은 고문제가 '실존적' 고민으로 다가오는 이들의 좌충우돌은 '스물'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별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 툭툭 털고 해사하게 씩 웃어제끼는 그들의 젊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와 대리만족까지 선사한다.

주인공 삼총사 역을 맡은 김우빈, 강하늘, 준호 세 사람의 기가 막힌 앙상블 덕이다. 허우대 멀쩡한 세 미남이 무참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영화 '스물' 속 3인3색 캐릭터의 매력을 분석했다.

'스물'은 LA와 라 하브라, 어바인 등 남가주를 비롯 전미 25개 상영관에서 오늘(17일)부터 상영된다. 상영관 정보는 웹사이트(cj-entertainment.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인기만 많은 놈' 치호 - 김우빈

한 마디로 나쁜 남자다. 학창시절 삼총사가 모두 좋아하던 같은 반 친구 소민과 사귀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흥미를 잃는다. 그렇다고 아예 헤어진 것도 아니다. 항상 옆에 둔 채 매일 밤 클럽을 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는 게 일상이다. 집은 좀 산다. 그래서 돈 걱정은 안해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갑자기 용돈을 끊는단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는 아들이 한심해서다. 부모님 성화에 요리학원에 등록하지만 그마저도 하루만에 때려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신인 배우 매니저 노릇을 해주다 사랑에도, 진로에도 새로운 길이 열린다.

늘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풍기던 김우빈은 치호 역을 통해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코믹 연기를 펼친다. 느물거리고 건들대지만 딱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부릴만한 허세를 생동감있게 표현한 덕에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 소소반점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싸움신에서는 온 몸을 내던져 관객을 웃긴다. 영화 전체의 하일라이트다. 넉살좋은 바람둥이 역 답게 환상의 비율과 멀끔한 스타일은 잘 살려 보여준다. 이렇게 김우빈의 연기 영역은 또 한 단계 확장됐다.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 - 강하늘

삼총사 중 유일하게 대학에 갔다. 최강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입사하는게 목표다. 그렇다고 재수없는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다. 번듯해 보이지만 오히려 허당기가 충만한 빈틈 덩어리다. 야동을 보다 깜찍발랄한 연년생 여동생에게 걸려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는가 하면 신입생 환영회에서 연이은 파도타기에 당해 학교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망신을 당하는 식이다. 과선배 진주에게 반해 수업도 같이 듣고 실전주식투자 동아리도 따라 가입한다. 남자친구가 있는 선배라 함부로 들이대지도 못하지만, 가끔은 나름 응큼한 상상도 해보며 짝사랑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엔젤아이즈' 속 훈남 이미지를 넘어 '미생' 속 꽉 막힌 신입사원, 영화 '순수의 시대' 속 비열한 악역, '쎄시봉' 속 풋풋한 윤형주의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강하늘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한 영화를 이끌어갈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도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한다.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한 강하늘은 차분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해 폭풍 엉뚱함을 발산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는다.

'생활력만 강한 놈' 동우 - 준호

재수생이다. 고3때 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대학 입시를 포기했다. 원래는 만화가를 꿈꾸는 미술학도였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두탕 세탕 뛰며 돈을 벌어 스스로 재수 학원비를 대면서 옥탑방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머니와 줄줄이 달린 동생들이 눈에 밟히기만 한다. 어머니와 든든한 둘째 동생, 귀엽고 사랑스러운 쌍둥이 셋째 넷째가 삶의 힘이 되기도 한다. 경재 동생 소희와 학원 동기다. 매일같이 옆자리에 앉아 조잘거리며 기어오르는 소희가 성가시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고맙고 예쁘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인 준호는 연기 정식 데뷔작이었던 전작 '감시자들'에 이어 다시 한번 저력있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가수로 무대 위에 섰을 때에 비하면 다소 흐릿해 보이는 얼굴이 약점이기도 하지만, 이를 어디든 잘 녹아 들어가는 편안함으로 승화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만한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때 오히려 매력이 잘 묻어난다. 조화를 이뤄내는 솜씨가 빼어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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