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K타운 빵 전쟁…로컬 업소들 '필살기 맞불 작전'

Los Angeles

2015.04.22 19: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마냥 밀릴 수만은 없죠"
유행 대신 옛날 방식 고수
가격 저렴 박리다매 승부
설탕 대신에 당밀 사용
온갖 잡곡 웰빙빵 인기


"40년간 타운의 터줏대감이었던 만나제과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한때는 경쟁 업체였지만 왠지 씁쓸하네요."

오랫동안 LA한인타운을 지키던 로컬 빵집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 위주로 베이커리 시장이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로컬 빵집들은 힘겨운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LA한인타운 로컬 빵집은 5년 전만 해도 20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5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면서 지금은 10개 가까운 빵집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사라진 빵집은 최근 문을 닫은 만나제과를 비롯해 코리아타운플라자 소재 올리브제과, 밀하마, 아이두, 오렌지베이커리, 올림픽베이커리, 독일제과, 크레상제과점, 고려당 등 모두 나름대로 역사를 자랑하면서 한인들의 사랑을 받던 곳들이다.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로컬 빵집은 뉴욕제과, 만미당, 빵굼터, 두팡베이커리, 프랑소아 제과점, 둘시스 베이커리, 하우스, 프랑세즈, 한남체인 올리브제과 등이다.

반면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케익하우스로 대표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LA한인타운에만 8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 수에서는 로컬 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비슷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비교하기 힘든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JJ베이커리, 85도 베이커리 등 주류 대형 업체들도 외곽에서부터 서서히 한인 상권으로 진출하고 있어 로컬 빵집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로컬 빵집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차별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대형 베이커리로 몰리고 1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전통 한국식 빵집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기 보다는 향수를 자극해 장점을 살린다는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한국적인 빵맛을 지켜 나가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 또한 브랜드 파워나 자금력에서 열세인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이용한 박리다매 및 정겨운 서비스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올림픽 삼호관광 쇼핑몰 내 두팡베이커리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유명 빵집이다. 약빵, 당뇨빵, 구운 고로케가 이 집 대표 메뉴다. 약빵은 흑메밀, 보리, 미강 등 30여 가지 잡곡을 사용한다. 두팡은 안데스산 핑크소금과 설탕대신 당밀인 찬카카(Chankaka)를 사용해 단맛을 내는 등 '건강하고 맛좋은 빵'을 표방, 특히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두팡의 김두길 사장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식 빵을 만들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 건강빵을 찾아 오는 이들이 꾸준하다"고 밝혔다.

1994년 LA한인타운에 처음 오픈한 만미당은 아직 같은 주인이 운영하고 있다. 한때 만미당은 6가 지점과 밸리 지점도 운영했었다. 만미당의 제니퍼 이 사장은 "한 주인이 여러 곳을 운영하다보니 품질 관리가 힘들어 현재는 6가와 밸리 지점은 접고 LA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미당을 찾는 고객은 큰 손님들이 많다. 교회, 사업체 등에서 한번에 200~300개 씩 구입하는 고객들이다. 빵 가격도 저렴하지만 10개에 10달러하는 프로모션 때문에 많은 이들이 꾸준하게 찾는다"고 밝혔다.

저렴하다고 맛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만미당의 모든 빵은 반죽에 물 대신 우유를 넣는다. 밀가루도 최고급으로 쳐주는 캐나다산을 사용한다. 단가가 높지만 박리다매식 판매로 22년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다.

빵굼터는 소보로, 단팥빵 등 한국식 빵으로 15년 간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빵굼터의 서니 김 매니저는 "오전 7시부터 제빵사 3명이 나와 당일 판매할 양만 빵을 굽는다"며 "유행을 좇기보단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서 재고 없이 신선한 빵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서베이 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69.6%는 동네 빵집보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은 화려한 디자인, 다양한 할인 및 적립서비스에서, 동네 빵집은 가격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이성연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