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욕하면 돈 번다"…일본 '혐한' 확산
지한파들 변신…TV서 한국 때리기
서점엔 '너무 이상한 나라' 코너도
갤럭시S6, 삼성 로고 지우고 출시
제품 앞면과 뒷면, 아니 홈페이지에서도 삼성을 뺐다. TV 광고도 마찬가지. '삼성 갤럭시 S6'가 아닌 '도코모 갤럭시 S6' 'au 갤럭시 S6 엣지'로 소개한다. 도코모와 au는 일본 1·2위의 이동통신사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는 "2013년 8월 도코모가 갤럭시를 '전략 라인업'에서 제외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때와 국면이 또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제품을 견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냥 보통 일본 국민도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꺼리는 상황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자칭 '지한파 지식인'이라고 했던 이들의 변신은 괄목할 만하다. 대놓고 '한국 때리기'의 선봉에 서 있다. 한국에서 공부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학자·언론인 상당수가 저서나 TV 출연을 통해 "한국은 우리(일본)와 같이할 수 없는 나라"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서 논픽션 부문 1위에 오른 '바보 같은 한국'이란 의미를 담은 『매한론』을 쓴 이도 지지통신 서울 특파원 출신이다. "한국을 조지면 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얄팍한 장삿속에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욕보이기'의 선봉에 서는 양상이다. 도쿄의 한 서점은 '너무 이상한 나라, 한국'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혐한 서적들을 진열하고 있다.
2013년 12월 일본 정부가 전후 최초로 '국가안보 전략'을 작성할 당시 한국을 '자유·민주주의·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한 국가'에서 빼고 '우선적 파트너 국가'의 등급도 호주·인도 밑으로 낮추자고 주도한 인물 역시 지한파 인사였다. 뚜렷한 역사관이 없는 대다수 일본 국민은 이를 스펀지처럼 그대로 수용했다. '재팬 이즈 넘버원'의 시대를 경험한 40~60대의 '자존심 세대'는 혐한 책으로 몰리고, '돈이 없는' 20~30대는 '네토우요(인터넷 우익의 일본어 약칭)'에 자신들의 플랫폼을 형성했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때리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후 70년이 지나면서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소수 세력이 됐는데, 일본 국민이 당연한 사실과 상식을 제대로 후세에 계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게다가 일본이란 국가 자체가 쇠퇴 국면에 들어서면서 장래가 불안해지자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히고 '만만한' 이웃 나라를 몰아세우는 추세가 현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변질은 한·일 간 역사인식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미우라 마리 조치대 교수는 "일본 언론은 그 깊숙한 배경을 보지 않고 상대방(한국)의 반발만 보도하기 때문에 일본 내 내셔널리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최근 2~3년간 현저화되고 있는 일본의 우향우 현상은 단지 '아베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의 문제'다. 바꿔 말하면 아베만 총리에서 물러나면 일본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특히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베와 마찬가지로 "왜 우리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또 비난받아야 하느냐"는 사고를 지닌 전후 세대가 정계·재계·학계·언론계 등 사회의 확실한 중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현 흐름을 되돌리기 힘든 이유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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