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히어로들의 스타일…내가 만든다"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콘셉트 아티스트 앤디 박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완성작을 본 소감은.
"어려서부터 마블 만화책을 보며 자라왔던 팬으로서, 어벤저스 프로젝트는 늘 특별하다. 살아 생전 영화로 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어벤저스' 1편 작업 때도 꿈을 꾸는 듯 했지만 이번엔 더했다. 각자의 영화에서 한층 더 성장하고 친밀해진 캐릭터들을 다시 불러 모아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조스 웨던 감독의 천재성이 놀라울 뿐이다. 한국 배우 수현도 멋진 역으로 등장하고 서울의 풍경도 근사하게 펼쳐져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번 영화에서 주로 맡은 부분은.
"모든 캐릭터를 골고루 작업했지만 그 중에서도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스칼렛 위치와 퀵실버를 주로 맡았다. '아이언맨2'를 제외하고 지금껏 나온 마블 영화 속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는 모두 내가 디자인을 해, 내 자식 같은 느낌이 있다. 이번엔 수트와 무기를 업그레이드해 평범한 인간인 둘의 전투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스칼렛 위치는 딱히 전투복이 없어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스타일을 만들어내려 애썼다. 전반적으로 마블이 추구하는 세미 리얼리즘에 충실하고자 했다. "
-콘셉트 아티스트가 하는 일이 대략 어떤 것인가.
"시나리오가 나오면 제일 먼저 프로듀서나 감독, 작가 등과 둘러 앉아 각 캐릭터의 모습에서 강조돼야 할 요소를 찾는다. 원작 만화 속 캐릭터와 얼마나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갈지도 이때 의논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디자인을 해 본 후 또 한번 둘러앉아 최종 시안을 결정한다. 이후 미술팀, 의상팀과 함께 디테일을 잡아 간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의상 디자이너와 초반부터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콘셉트 아티스트들이 직접 의상 피팅에 참여하기도 한다. 작품당 작업 기간은 9~12개월 정도된다.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앤트맨'은 오래 전에 끝냈고 지금은 '캡틴 아메리카3:시빌 워' 마무리 단계다."
-마블 영화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이자 프로듀서인 케빈 파이기 덕이다. 그는 마블이란 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가는 빼어난 리더다. 마블 만화를 원작으로 하면서도 그 참 매력을 못 살려내 팬들을 실망시키는 영화도 더러 있는데, 케빈 파이기는 그런 법이 없다. 그 점에선 조스 웨던 감독도 마찬가지다. 둘 다 마블 만화의 열혈 팬 출신이라 팬들을 무시하지도, 그렇다고 그들에게 끌려가지도 않는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의 균형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나 역시 콘셉트 아티스트이자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상상 속 비전을 실현시켜주는 기쁨이 엄청나다. 그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매 작품마다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듯 하다. 정말 존경한다."
-'어벤저스3'는 조스 웨던 감독 대신 루소 형제가 맡게 됐는데.
"섭섭하면서도 흥분된다. 조스 웨던 감독이 시리즈를 완결시켜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캡틴 아메리카' 2,3편 작업을 함께 하며 루소 형제의 비범함도 실감한 터라 '어벤저스3'역시 끝내주게 나오리란 확신은 있다."
-마블 팬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이다.
"영광이다. 코믹콘처럼 많은 팬들이 모이는 행사나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느낄 때면 꿈인가 생신가 싶다. 특히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 기쁘다.그들에게 '재능만 믿지 말고 늘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나 역시 계속 노력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한국과 아시아를 방문해 마블 팬들과 젊은 아티스트들도 만나보고 싶다.
버뱅크=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앤디 박은 …
마블 스튜디오의 유일한 한인 콘셉트 아티스트로 '어벤저스' 1·2편, '캡틴 아메리카' 1·2편, '토르' 1·2편, '아이언맨' 3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TV시리즈 '쉴드',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앤트맨'과 내년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3: 시빌 워'까지 지금껏 총 11편의 제작에 참여했다.
어려서부터 코믹북에 빠져 살았던 '만화광'이다. UCLA 2학년 재학 중 우연히 그의 그림을 본 만화계 거장에게 발탁 돼, 학업을 포기하고 만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패서디나 아트센터에 입학, 미술 공부에 매진하다 다시 만화계로 복귀 '툼 레이더' '수퍼맨' '언캐니 엑스맨' 등을 그리며 폭넓은 팬층을 확보했다.
2004년부터 비디오게임의 콘셉트 아티스트로 일하다 2010년 마블에 입성했다. 한국과 미국을 확발히 오가며 청년·가정사역자로 활약하고 있는 박수웅 장로의 아들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