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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옛 것과 새 것이 어울린 ‘조지타운’

Washington DC

2015.04.2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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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그리고 포토맥 강의 석양
누려라, 푸른 계절이 만드는 생기를”
거리 자체가 관광지이며 지나치는 사람들이 다 구경거리다
DC보다 40년 앞서 1751년 건설된 타운
토마스 제퍼슨과 존 F. 케네디가 살던 곳
컵케잌 사기 위해 1시간 동안 줄을 서고
장작불 냄새 깊게 배인 피자 가게 인기

조지타운 워싱턴 하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키 브릿지 너머 포토맥 강 상류에 수직으로 떨어진다. 일몰은 순식간의 일이다. 검푸른 구름이 붉게 바뀌는가 싶더니 키 브릿지 위에 잠시 반달 모양을 그린 붉은 태양이 돌연 자취를 감췄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의 소멸은 단순하고 신속하다.

강바람 한줄기가 석양에 잠시 넋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이마를 친다. 리버 프론트 레스토랑들의 야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이 다시 맥주를 홀짝이며 멈췄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버로 돌아오는 유람선이 부드러운 고동을 울리며 접안을 알린다.

저물녘 워싱턴 하버의 풍경이다. 해가 지고 나면 노을이 하버를 물들인다. 떠나간 사람들이 남겨둔 그리움 같은 노을이다. 망설임과 단호함이 교차하듯 포토맥 강 위로 붉은 빛과 푸른 빛이 교차하고 있다. 강을 따라 보도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빛의 잔영이 밟혔고 옆 테이블 여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며 빛의 입자를 흩날렸다. 레스토랑 테이블들이 보도를 넓게 차지해 어디까지가 레스토랑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하고 싶지 않았다.

워싱턴 하버에 자리잡은 닉스 리버사이드 그릴(Nick’s Riverside Grill, 3050 K St. NW. Washington)은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강바람의 방향을 감지하며 맥주 한잔을 마시면 불현듯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식당의 음식 맛은 3점을 주고 싶은데 포토맥 강의 잔물결과 일몰의 신비스런 풍광을 더하면 5점 만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 하버에서 석양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 조지타운의 베스트 중 하나다. 최근 사석에서 워싱턴 하버의 석양과 리버프론트 식당의 맥주에 대해 떠드는 사람을 만났다.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였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같은 풍경에서 같은 마음을 품었던 사람인 것이다. 닉스 레스토랑 왼쪽으로는 피올라 마레(Fiola Mare, 3050 K St. NW. Washington)라는 최고급 이탈리아 시푸드 레스토랑이 있다. 음식은 비싸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그래도 자주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파티오에 자리를 잡으면 포토맥 강의 일몰과 사람들의 북적거림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주말 저녁 예약없이 가면 냉대를 받기 쉽상이다. 이들 외에도 워싱턴 하버에는 파머스 피셔스 베이커스(Farmers Fishers Bakers, 3000 K St NW. Washington)와 세코이아(Sequoia DC, 3000 K St NW. Washington) 등의 레스토랑이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조지타운은 보통 워싱턴 M 스트릿의 28가(포시즌 호텔)부터 35가(키 브릿지) 사이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포토맥 강이 넘실대는 워싱턴 하버 일대와 조지타운 대학이 포함되고 위스콘신 애비뉴 일대도 조지타운에 편입된다. M 스트릿과 위스콘신 애비뉴가 만나는 사거리가 조지타운의 중심이고 랜드마크로는 둥근 돔으로 눈길을 끄는 PNC 은행 건물이다.

조지타운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길이 닿는 대로 조지타운 일대를 걸으며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나 샵을 들어가 보는 것이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조지타운에는 꼭 가 봐야하는 곳이 없다. 거리 전체가 관광지이고 마주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좋은 구경거리다. 굳이 어느 방향을 정할 필요도 없이 정처없이 걷다가 맘에 드는 레스토랑이 나오면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옷가게, 아이스크림, 잡화점 등 재미있다 싶으면 들어가 구경하고,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소품 하나쯤을 사면 좋을 것이다.

조지타운은 워싱턴 DC 보다 40년이나 앞선 1751년 세워진 선착장으로 지금도 18세기 지어진 건축물들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조지타운은 메릴랜드 컴버랜드까지 건설됐던 C&O 운하의 출발지였고 지금도 운하와 노새가 끌던 짐배를 볼 수 있다. 옛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면 올드 스톤 하우스(Old Stone House, 3100 M St. NW. Washington)나 튜터 플레이스(Tudor Place Historic House Garden, 1644 31 St. NW. Washington) 같은 역사적 건물들을 둘러 보면 좋을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과 존 F. 케네디 부부 등 유명인사들이 살던 곳이며 엑소시스트나 트루 라이즈 등 20여편의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조지타운에는 좋은 레스토랑과 부티크 샵이 많다. 그 많은 레스토랑과 샵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는 몇 곳을 소개한다.

피자는 아이들이나 먹는 간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 카날르(IL CANALE, 1063 31th St. NW. Washington)라는 이탈리아 식당을 추천한다. 장작 가마에서 구워내는 순 이탈리아식 피자인데 맛이 정말 좋다. 특히 장작불 냄새가 밀가루 반죽에 스며들어 향이 좋고 담백해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된다. 그래도 결국은 한두 조각을 남기게 되는 데 집으로 가져와 다음날 아침으로 먹어도 장작불 향이 남아 있어 질리지 않는다. 피자와 함께 할 음료로는 맥주가 최고다.

조지타운에는 피자로 유명한 피제리아 파라디소(Pizzeria Paradiso, 3282 M St. NW. Washington) 라는 곳도 있는데 피자 맛으로는 일 카날르를 못 따라 간다. 맛에 대한 모든 것은 항상 주관적 평가임을 말해 두고 싶다. 그런데 맥주는 피제리아 파라디소가 더 좋다. 맥주를 먹기 위해 피자를 시킨다는 개념이면 피제리아 파라디소도 가볼만 하다. 워싱턴 듀퐁서클과 알렉산드리아에도 지점이 있다.

애난데일에서 불과 4마일 거리에 있는 포트 시티(Port City Brewing Company, 3950 Wheeler Ave. Alexandria)라는 맥주 양조장이 만든 옵티멀 윗(Optimal Wit)이라는 맥주가 있다. 블루문과 맛이 비슷해 가끔 마시던 맥주다. 피제리아 파라디소에서도 옵티멀 윗을 주문했는데 공교롭게도 다 팔리고 없어 다시 주문한 맥주가 오레곤 작은 양조장에서 제조한 헤이즐넛 브라운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맥주였다. 한 모금을 마셨는데 어 뭐 이런 맥주맛이 다 있나 했다. 커피의 헤이즐넛 향기가 강했는데 거슬림이 없었고 맥주 특유의 홉 향기와 잘 어울렸다.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커피향 맥주를 여러차례 마셔봤지만 이런 담백하고 발란스가 잡힌 맥주는 처음이었다. 좋았다.

따뜻한 기운이 돌면 조지타운 식당들은 다투어 보도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을 끈다. 행인들이 테이블을 스치고 지나가고 더러는 자동차가 달리는 바로 옆에도 테이블을 내 놓고 손님을 받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요즘이 야외 테이블에서 밥먹기에 좋은 때다. 또 조지타운 일부 식당들은 대형 유리 창문을 뜯어 내 식당안 테이블에서 거리를 구경할 수 있게 한다. 유리창이 사라진 창문쪽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면 세상의 안팎이 바뀐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거대한 도시를 창문 안쪽에 가두고 그 바깥 거리에서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그런 모양이 되는 셈이다.

조지타운 컵케잌 가게도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다. 주말에는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줄을 서야 살 수 있고 가격도 장난 아니다. 1개당 3달러쯤 한다. 필자는 원래 줄을 서서 뭘 하는 걸 워낙 싫어하는데다 컵케잌은 내 돈 내고 사먹을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나다닐 때 마다 길게 줄을 선 조지타운 컵케잌 가게가 어느날 신기하게 느껴졌다. 컵케잌을 사기 위해 한시간 이상 줄을 서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궁금해 진 거다. 그날은 하필이면 캐시어가 1명이라 보통 때 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처음엔 6개쯤 사려고 했는데 줄 선 시간이 아까워 12개 1더즌을 샀다. 가게 안은 평범했고 컵케잌 종류가 많아 뭘 주문해야할 지 한참 궁리를 해야 했다. 두개씩 6종류를 주문했는데 나중 결과적으로 솔티드 캬라멜과 모카 퍼지가 제일 입맛에 맞았다. 기대보다 맛은 훨씬 좋았고 톱핑처럼 얹혀진 크림이 특이하게 부드럽고 입맛을 돋구었다. ‘너무 달아 맛있다’라는 표현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조지타운 컵케잌은 맛은 그랬다. 더 놀라운 일은 컵케잌을 먹고 마신 커피의 맛이 완전 다르게 느껴졌다. 늘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맛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었다. 다음에 조지타운에 가면 또 줄을 서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명 재즈 뮤지션이 라이브 연주를 하는 블루스 앨리(Blues Alley, 1073 Wisconsin Ave. NW. Washington)가 있고 진한 커피에 진한 위스키를 부어 만든 아이리쉬 커피를 파는 리 라(Ri Ra, 3125 M St. NW. Washington) 아이리쉬 펍도 인상적인 곳이다.
김 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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