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저스틴 전이 영화 감독으로 변신했다. 첫 연출작 '맨 업(Man Up)'을 통해서다. '맨 업'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CAAM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데 이어 지난 30일 폐막한 LA 아시안 퍼시픽 필름 페스티벌(LAAPFF)을 통해 남가주 관객들과도 만났다. 저스틴 전은 이 영화의 감독 뿐 아니라 주연,제작,각본까지 맡아 활약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어요. 연출이란 엄청난 헌신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란 걸 배웠습니다. 현장에서 연기까지 겸하다 보니 차분히 모니터를 보며 큰 그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고생은 많았지만, 그만큼 보상도 확실히 받았다. 한 배급사에서 '맨 업'을 높이 평가해 발 빠르게 사들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름 경이면 일반 관객들도 극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맨 업'을 볼 수 있게 됐다.
"팔릴만한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어 기분은 좋아요.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봐주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되고 말 테니까요."
'맨 업'은 하와이에 사는 고등학생 소년이 모르몬교 여자친구를 임신시키며 벌어지는 일을 흥미롭게 그린 코미디다. 영화에는 저스틴 전과 또 다른 주연 배우 케빈 우의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2011년 무렵 케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저는 아이가 있던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단 이야기를 했고, 케빈은 고등학생 시절 모르몬교 여자친구랑 사귀며 생겼던 에피소드를 들려줬죠. 이런 경험을 한 데 모아 '맨 업'의 줄거리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하와이라는 배경을 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 인물과 배경의 대조를 통해 영화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또렷이 하기 위해서였다.
"영화 속 인물들은 고민에 사로잡힌 나머지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도 보지 못해요. 우리 역시 눈 앞에 닥친 사소한 일들에 연연하다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묻고 싶었어요."
저스틴 전은 최근 여자친구와 결혼에 골인, 유부남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결혼 전엔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을 최근 들어 느끼는 중"이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혹은 소중한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며 영화 '맨 업'이 담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도 전했다.
오는 9월까지 촬영 계획이 빼곡히 잡혀 있다는 저스틴 전은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포부도 털어놓았다.
"제 자신에게 한계를 두고 싶진 않아요. 액션, 코미디, 드라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새로 쓰고 있는 작품도 좀 더 착실히 준비해 여러분께 선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