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봇 키니의 상점은 개성이 넘친다. 화원처럼 꾸며놓은 옷가게 앞에 나와 있는 마네킹을 벗삼아 의자에 앉아 있는 주민의 모습이 여유롭다.
일본인 목공예가 요 타키모토씨가 클래스 수강생들에게 나무다듬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타키모토씨의 클래스는 주말 아침에도 10여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마치 창고를 방물케 하는 '더 퍼펙 피스' 중고가구점 내부. 천천히 관찰하면 재미있는 소품이 꽤 많은 곳이다.
베니스에 있는 아봇 키네이(Abbot Kinney) 불러바드는 거리로 구분되기 보다는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건축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이 거리의 모든 건물들의 색과 디자인은 다르다. 어떻게 한 블록에 이렇게 다양한 건축물이 세워질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한 건축물에 들어가 있는 상점들도 개성이 넘친다. 진열대 유리창과 문틀, 문패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가 보인다. 게다가 누가 구경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가게의 주인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아봇 키네이는 또 살아있는 좁은 공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기도 비좁은 골목 코너에 동그랗게 모여 인사를 나누는 주민들의 모습은 그 옆을 서둘러 지나가려는 이방인에게 주말의 느긋한 아침을 상기시켜 준다.
피자를 먹으면서 걸어가거나 남의 집 층계에 앉아 강아지의 안부를 묻는 옆집 할머니는 LA지역의 이웃을 자꾸 비교하게 만든다. 끌고 온 자전거를 골목 어딘가에 세워놓은 늙은 학생같은 모습의 청년이 거리의 나무 테이블에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마냥 신문을 뒤적이는 모습은 이곳 만의 여유일 것이다.
◈디자인의 거리
이곳은 디자인이 독특한 가구점과 인테리어 상점이 많다.
대부분의 물건은 주인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 디자인부터 색상까지 아이디어가 번쩍인다.
거리에 내놓은 프렌치 컨트리 스타일의 소파가 푹신해 보이는 본티플(Bouniful.1335 Abbot Kinney Blvd. 310-450-3620)과 마이클 소모레이트(Michele Sommerlate.1427 Abbot Kinney Blvd. 310-392-9905)의 거친 도자기는 프랑스의 예술성을 알리는 곳이다.
손님이 들어와도 아랑곳없이 악세서리 디자인에 몰두하는 주인이 있는 저스트 탄타우(Just Tantau.1353 Abbot Kinney Blvd. 310-392-4646)는 키보드로 만든 목걸이와 먼지를 뒤집어 쓴 구석의 그랜드피아노가 과거와 현대를 이어준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스타 부처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아난다와 아난다 사티(Ananda & Ananda Shakti)에 가면 주인의 종교적 취향을 매장에 걸려있는 모든 옷에서 볼 수 있다.
마치 창고를 뒤져보는 것 같은 모습의 컬쳐샵 갤러리(Culture Shop Gallery.1221 Abbot Kinney Blvd.)와 더블 비전(Double Vision.1223 Abbot Kinney Blvd.) 조각돌의 미를 보여주는 알마 알렌 칼빙(Alma Allen Carving.1227 Abbot Kinney Blvd.) 등도 놓치기 아까운 장소다.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거리
목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톨토스(Tortoise.1208 Abbot Kinney Blvd. 310-314-8448)에 들려보자. 일본인 목공예가 요 타키모토(56)씨가 가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목공예 교실을 운영하는데 평균 15~20명이 참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수업료도 20달러로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타키모토씨는 12일 오후1시 패서디나 매장(1030 E. Green St. 626-796-0240)에서 한 차례 강의를 갖고 일본을 방문했다 4월 초 다시 클래스를 시작한다. 목공예 클래스 문의는 (818)896-7659로 하면 된다.
혹 판매하고 싶은 중고가구가 있다면 더 퍼펙 피스(The Perfect Piece.1216 Abbot Kinney Blvd. 310-581-1002)의 목수 '론'을 찾아가자. 창고같은 가게 한 구석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낡은 테이블의 페인트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있는 이 목수를 보면 주인같지 않은 모습에 놀랄 것이다. 어쩌면 가격도 후하게 쳐줄 지 모른다.
◈이 외에…
늦은 아침을 먹으려면 캘리포니아와 아봇 키니 코너의 토르티야 그릴(Tortilla Grill)에서 '브렉퍼스트 부리토'(5달러95센트)를 먹어보자. 갓 구워 고소한 칩과 커다란 부리토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이 식당 카운터 위에는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주스를 판매하는데 이중 계피맛이 들어있는 쌀 주스는 인기품목.
거리를 끝까지 돌아보았고 시간이 남았다면 베니스 비치로 가자. 아봇 키니에서 3블럭만 걸어가면 바로 바닷가가 나온다.
시끄러운 북소리가 요란한 바닷가를 둘러보다 보면 아봇 키니가 얼마나 동떨어진 거리임을 새삼 확인할 것이다.
◈가는 길 및 주차:이곳은 LA에서 30마일 떨어져 있는데 해변가 뒤로 숨겨져 있는 거리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아 주말에도 한적하다. LA한인타운에서 찾아가려면 10번(West) 프리웨이에서 405번(South)으로 옮기면 2마일 뒤에 베니스(Venice)가 나온다.
이곳에서 내리면 소우텔(Sawtelle) 불러바드로 내리는데 첫 번째 신호등이 베니스 불러바드. 이곳에서 좌회전해 3마일 정도 달리다 아봇 키니가 나오면 우회전하면 된다. 아봇 키니를 천천히 돌아보려면 한 두 블럭 지나 길거리에 주차하고 걸어다니면 된다. 길거리 주차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확인하고 내리자.
일반 상점이나 음식점들은 뒷편에 각자 주차장이 있다. 특정 업소를 방문한다면 업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