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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데이비슨 야성 꿈틀

Los Angeles

2005.0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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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중심으로 모이는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 오렌지카운티선더(Orange County Thunder)는 자유를 추구한다. 테미큘라로 출발하기 앞서 회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임상범 기자]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중심으로 모이는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 오렌지카운티선더(Orange County Thunder)는 자유를 추구한다. 테미큘라로 출발하기 앞서 회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임상범 기자]

요란한 굉음이다. 한 대도 아니고 10여대의 할리 데이비슨이 내는 시끄러운 소리는 듣고 이는 사람의 뱃속까지 울리는 것 같다.

주차장에 그어진 흰 선을 따라 나란히 세워놓은 할리에서 내린 이들의 차림새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처럼 짙은 색 가죽자켓과 장갑 헬멧과 선글래스를 끼고 있다. 가볍게 손을 올리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이방인은 선뜻 다가가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헬멧을 벗고 나타난 얼굴을 대하니 분위기는 이웃사촌으로 바뀐다. 4일 오전 11시.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샤핑몰 주차장에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맞춰 나타난 이들의 정체는 오렌지카운티의 할리 데이비슨 한인 동호회인 '오렌지카운티 선더'(Orange County Thunder.회장 하워드 김) 멤버들이다.

이날 모인 멤버는 모두 9명. 하워드 김(52) 회장을 선두로 유일한 여성멤버 에리사 이(42)씨 로버트 최(40) 헨리 김(48) 스캇 김(48) 제임스 김(55) 민 김(43) 데이비드 김(43) 켄 이(48) 씨 등이다. 한창 일에 몰두할 주중 오전이었지만 모두들 할리 때문에 사업과 회사를 '땡땡이'치고 도망나온 40~50대 반항아들이다.

이들은 이날 본국에서 방문중인 한국 할리데이비슨동호회인 '라이더스 21'의 부회장 이민기(51)씨와 박병호(46) 서명찬(45) 이성환(36) 씨 등 4명과 함께 남가주를 질주하기 위해 특별히 모였다.

함께 떠날 곳은 테미큘라. 시간이 가능하다면 사과마을로 유명한 줄리안까지 달리고 싶지만 출발이 늦어져 아쉽더라도 중간에 돌아와야 할 것 같다는 회장의 설명이 들리자 멤버들은 각자의 애마에 올라타고 출발을 준비한다.

다시 배기음의 합창이 울리고 리더의 출발지시가 내려오자 일제히 발을 땅에서 떼어낸다. 드디어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 초록색 경치와 만나는 시간이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타고 달린 모터사이클은 맹렬한 질주욕망과 일탈을 꿈꾸던 젊은 날의 꿈을 상징했다. OCT 멤버들은 바로 이런 자유를 맛보기 위해 달리는 지 모른다.

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할리는 '종교'와 같다. 모터사이클이라고 불렀다가는 무식하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멤버가 밝히는 할리의 매력은 제각각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유'는 빠지지 않는 공통분모다.

운이 좋아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터사이클을 탔다는 데이비드 김씨는 "직접 타보지 않고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유'를 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시절부터 20년 동안 모터사이클을 즐긴 민 김씨는 지난 해 5월 할리를 구입한 후 동호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 역시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풀려 할리를 즐긴다"고 전한다.

이날 모임 중 가장 연장자로 꼽힌 제임스 김씨는 '무아지경'이라는 단어 한 마디로 할리의 매력을 소개한다. 헤리티지 클래식을 갖고 있는 김씨는 "남의 눈에 상관없이 모터사이클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처음엔 위험하다며 말리던 가족의 반대도 5년이 지나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한 부부 라이더로 참석한 켄 이씨와 에리사 이씨는 자녀들과 함께 자유를 즐기는 할리 가족이다. 이씨 부부는 "즐기는 레저로 생각하는 선입관을 깨는 것이 바로 할리의 매력같다"고 설명했다.



▣시끄러운 배기장치 소리는 안전장치

주차장에 나란히 세워놓은 회원들의 애마는 같은 기종이라도 바디 색이나 배기음 소리가 제각각이다. 2차대전에 사용한 따발총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묵직하고 낮은 톤도 있다. 동네가 떠나갈 듯한 고음도 섞여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소리는 회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교체한 배기통 때문이다.

할리가 '생명이 있는 기계'로 불리는 것도 바로 특유의 배기음 덕분이다. 할리 매니아들은 이 배기음을 일컬어 '심장소리'라고도 한다. 그런데 단순히 멋부리기 장치로만 여겨지던 시끄러운 배기음이 모터사이클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니 놀랍다.

켄 이씨는 "모터사이클은 크기가 작아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사각지대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다"며 "시끄러운 배기음 소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모터사이클이 옆에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할리 데이비슨 오렌지카운티 동호회 OCT

OCT가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오렌지카운티의 한 몰에서 카페(Coffee E')를 운영하던 로버트 최씨는 원래 할리 매니아였다. 업소 앞에 할리를 세워두니 카페를 방문하는 한인들이 한마디씩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아는 사람들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난 해 회원제를 도입했다. 회원제라고 해서 특별한 자격을 두진 않는다.

OCT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6시30분에 처음 모였던 그 카페 앞에서 모여 '브랙퍼스트 선데이 라이드'를 즐긴다. 말 그대로 아침을 먹고 달리는 시간이지만 OCT 회원만 모이지 않는다. 이 날 만큼은 자녀를 태우고 오는 회원들도 있고 자동차를 타고 따라오는 가족들도 있다. 라이드 장소는 주로 말리부나 대나 포인트 등 해변가 인근. 특히 말리부의 글라드스톤은 단골집이다.

하워드 김 회장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이 함께 라이드를 즐기고 맑은 공기와 맛있는 아침식사도 하니 저절로 가족애가 다져진다"며 "회원 모두가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할리를 탄다는 이유 만으로 인종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형제.자매가 되는 것이 바로 할리 동호회의 특징"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인 뿐만 아니라 타인종들과 함께 하는 동호회로 키우고 싶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문의: (213)700-0147 케니 장 총무

장연화 기자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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