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한국명소 돌아보기] '아른한 추억' 고국 나들이

Los Angeles

2005.02.08 13: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LA에 살고있는 우리들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없지만 아직 우리의 고향 한국은 한겨울이다. 어린시절 동네친구들과 삭풍이 몰아치는 골목길에서 언 손을 입김으로 후후 불어 녹이며 구슬치기 자치기 등의 놀이로 겨울을 이겨냈던 추억은 모질도록 추웠던 한국의 겨울을 그립게 한다. 하지만 2월 중순이면 만물이 생동하고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따사로운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추억 속에 맞는 한국의 봄은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희망의 계절이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새 봄을 맞았을 때 느끼는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되는 봄을 맞아 추억 속의 고향으로 떠나는 여행시간은 더 즐겁다.



LA국제공항을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13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은 몹시 지루하기는 하지만 설레는 시간이기도 하다. 긴 비행 끝에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면 코끝을 휘감는 고향의 공기 맛이 '내가 드디어 그리던 고향에 돌아와 그 땅위에 서있구나' 하는 실감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영종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진입하다보면 고속도로 연변에 비추어지는 바다의 풍경과 넓은 들의 모습은 왠지 모를 큰 희망이 가슴에 가득 담긴다. 최근에 만들어진 서해안 고속도로 그리고 서해대교를 건너 애향으로 불리우는 전주에 도착해 맛보는 그 유명한 전주 비빔밥. 그 깊은 맛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날 것이다.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등을 관광한 후 덕유산 자락의 무주구천동 무주리조트 안에 자리잡은 호텔에 여정을 풀고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면 긴 여행의 피곤이 그냥 달아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가로등 불빛 아래 산책로를 하염없이 걷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라. 수많은 별들이 우수수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행복한 밤을 맞는다.

박경리선생이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던 섬진강변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강녘에 피는 아름다운 들꽃의 향연이 어쩌면 그리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지 나도 모르게 눈믈이 흐를 정도다. 조영남의 노래로 유명한 '화개장터'에 들려 구운 옥수수를 한개 사서 먹으면 그 맛이 얼마나 쫄낏쫄깃한지 모른다.

남해로 이동해 이순신 장군의 시신을 처음 모셨던 충렬사 경내에 들어서면 충무공의 충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작해 재현한 거북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과거 조선의 해군력이 얼마나 강성했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곤 자랑스러워 어깨도 절로 으쓱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남해대교를 건너 마늘밭의 향연이 별쳐지는 길을 따라 '돌아와요 부산항에' '굳세어라 금순아' 등 수많은 유행가의 주인공이 되었던 부산에 도착하면 "재치국 사이소" 하는 정겨운 목소리의 주인공 자갈치 아지매를 대할 수 있는 자갈치 시장이 있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잠이 제대로 오겠는가.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동백섬까지 산책을 해 보기도 하고 횟집에 들러 그 유명한 아나고회도 한 접시 맛도 봐야 한다. 피곤한 듯 느끼면 호텔 주변에 최신시설로 꾸며진 찜질방에 들러 피곤도 풀며 해운대의 하룻밤을 보낸다.

근래에 새롭게 만들어진 광안대교를 건너면 멀리 오륙도가 눈 안 가득히 들어올 것이다.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는 고교시절 수학여행때 신나게 걸으며 가보았던 토함산 석굴암 불국사 등이 새롭게 느껴진다. 토함산을 오르는 오솔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꽃은 이마의 땀을 단번에 식혀준다. 길가에 할머니들이 펼쳐놓은 좌판에서 산딸기 은행 쑥떡 등을 사서 군것질하는 재미 또한 별맛이다.

대게로 유명한 영덕을 지나면서 영덕대게 맛도 보고 아름다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을 지나 강릉에 도착하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오죽헌에서 교직에서 은퇴하신 전직 교장선생님이 들려주시는 구수한 신사임당의 일생을 듣자. 자식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우쳐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다.

경포대 벚꽃 행렬을 뒤로 하고 대포항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휘황찬란한 불빛아래 갓 잡아 올려 펄떡펄떡 뛰는 생선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다보면 지나온 여정이 왜 이리도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며 맞는 설악에서의 아침은 환희가 가득한 희망의 아침이다. 발길을 소공원으로 옮겨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산장에 오르면 멀리 바라보이는 동해의 드넓은 바다와 맑은 날 아련히 바라보이는 금강산 해금강의 모습이 이 여행의 발길을 북으로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도 한다.

남설악의 오색약수에 들러 한 모금 마른 목을 적시고 산책로변에 있는 음식점에 들러 맛보는 시원하고 감칠맛나는 동치미 한 그릇과 도토리묵 감자전은 또 다른 고향의 맛이다.

한계령을 굽이굽이 오르며 바라보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만물상과 그 사이 사이 피어난 형형색색의 들꽃들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객의 발걸음을 절로 늦추게 만든다. 홍천 팔당 양수리 등의 한강변을 따라 서울로 올라오는 길가에 비춰지는 풍경들을 지나면 멀리 서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우리의 영원한 고향 대한민국의 수도에 도착하는 시간이자 고향의 봄길 나들이의 끝을 알리는 시간이다.

긴 봄길 나들이를 끝내고 LA로 돌아올 때는 고향을 뒤로 하는 아쉬움에 가슴 한편이 텅비는 듯하다. 탑승구로 발길을 돌릴 때 우리의 눈길은 계속 두고가는 고향의 모습에 머문다. 그리고 두고가는 마음을 다시 찾기 위해 돌아올 날을 기약한다. 아름다운 이 봄에는 가슴이 터질듯 벅차 오르는 고향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제공: 조은관광 케니 김 부사장

문의: (213)382-333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