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레터맨이 마이크를 놓는다. 매일밤 수많은 게스트를 상대하며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던 데이비드 레터맨도, 이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오는 20일 CBS에서 방송될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이 그의 마지막 방송이다.1982년 2월 첫 방송됐던 NBC '레이트 나이트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Late Night with David Letterman)' 시절부터 치면 무려 33년의 경력. 미국 TV 역사상 심야 토크쇼 진행자로서는 최장수 기록이다. 전설의 진행자로 불렸던 자니 카슨(31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다. 차분하고 점잖으면서도 날카로운 풍자와 여유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오랜 세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데이비드 레터맨의 방송인생을 숫자로 되짚어 보자.
6028회
지금까지 데이비드 레터맨이 심야 토크쇼를 진행한 방송횟수. 레터맨은 NBC에서 595주 동안 '레이트 나이트' 1810회를 진행한 후 1993년 8월 30일부터 CBS로 옮겨 1135주 동안 4214회의 '레이트 쇼'를 진행했다. CBS에서는 지금껏 4차례의 프라임타임 스페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레터맨의 전성기는 93~94년 무렵으로 평가받는다. CBS에 막 둥지를 튼 당시, 레터맨은 매일 밤 710만 명 가량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레터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NBC의 '투나이트 쇼'를 21년간 진행한 제이 레노였다. 2009년 무렵 '레이트 쇼'는 '투나이트 쇼'에 밀려 시청자 수가 약 380만 명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과 별개로 레터맨 개인의 인기는 미국 내 남성 진행자 중 늘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2003~2004년에는 해리슨 폴이 진행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진행자' 설문 조사에서 오프라 윈프리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만9932명
지금껏 데이비드 레터맨이 맞이한 게스트의 수. 그간 데이비드 레터맨의 토크쇼를 거쳐 간 게스트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부터 폴 메카트니, 밥 딜런, 비욘세, U2, 톰 크루즈, 메릴 스트립 등의 수퍼스타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그 중 배우 빌 머레이는 NBC '레이트 나이트'와 CBS '레이트 쇼' 각각의 첫 방송에 모두 출연한 게스트다. 빌 머레이는 지금껏 데이비드 레터맨 토크쇼에 총 44회나 출연한 바 있다. 유명 진행자인 레지스 필빈은 '레이트 쇼'에만 136회 출연한 대기록의 보유자다. 유명 뉴스 앵커 톰 브로커는 '레이트 쇼'와 '레이트 나이트'를 통틀어 89회의 출연 기록을 세웠다.
게스트 역사상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사람은 배우 드류 배리모어다. 그는 1995년 쇼에 출연해 레터맨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탁자에 올라 노래를 부르다가 입고 있던 상의를 들추며 가슴을 노출하는 돌발행동을 해 시청자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16개
데이비드 레터맨의 토크쇼가 수상한 에미상 트로피의 개수. 그간 레터맨이 몸담았던 프로그램들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 이라 불리는 에미상에 112회 후보로 올라 그 중 16회의 수상기록을 세웠다. '레이트 나이트' 시절에는 35회 후보로 올라 5차례 상을 거머쥐었으며, '레이트 쇼' 진행 기간에는 72회 후보로 올라 9회 수상에 성공했다. 낮시간대 토크쇼를 진행하던 1980년에는 5개 부문 후부로 올라 2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중 레터맨 개인 자격으로 후보에 오른 것만도 52회에 달한다. 레터맨은 진행자 뿐 아니라 프로듀서 겸 작가로도 전방위 활약을 보이며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진정한 '리더'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레터맨은 연간 5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