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애틀랜타 어머님들의 화두는 ‘미혼자녀 결혼문제’이다. 어찌된 일인지 자녀들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서른을 훨씬 넘겨 혼자 사는 자녀를 생각하면 어디 하소연할 길도 없는 기막힌 일이다.
사실 결혼은 자녀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부모가 과연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옛날 어머니들이 말씀으로는, 자녀 결혼에 발벗고 나선 가정은 자녀들이 다 손자·손녀를 두고 계신다고 한다. “결혼적령기를 앞둔 자녀들 사진을 언제나 꼭 지참해서, 교회나 친구들 모임에서 지겹도록 자녀자랑을 하라”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충고다. 옛말에 자기 자랑,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하는 사람을 ‘삼불출’이라 했지만, 이 시대에 내 자식 자랑이 흉될 일 하나도 없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나라사랑어머니회는 지난달 ‘미혼자녀 자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애틀랜타에서 자식 결혼문제로 홀로 가슴앓이하는 어머님들이 안타까워서였다. 처음엔 마치 자녀 결혼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죄인듯 부끄러워하던 어머님들이 차차 마음을 열었고, 열띤 자식자랑으로 밤이 깊었다.
“모든 ‘사’자는 다 가지고 있으면 뭘해요? 결혼을 해야죠?” “내 자녀가 설마했는데 노처녀, 노총각으로 내 가슴을 이렇게 태울줄 몰랐어요.” 자녀들이 30이 훨씬 넘어버린 어머니는 마치 자신이 죄인인 것처럼 가슴이 탄다. 너무나 잘생긴 아들, 딸 사진을 보여주신 어머님들은 자식 자랑과 하소연으로 밤이 깊었다.
한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하소연하며 눈물을 훔쳤다. 어느 날 딸이 좋아한다는 미국 남자를 데려왔다. 그런데 어머니 마음에는 어쩐지 탐탁치 않아서 “너 정도면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줄 알았다”고 한마디했다. 그 다음부터는 딸은 결혼 이야기는 입밖에도 내지못하게 했고, 서른이 훨씬 넘어버렸다.
또다른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 아이가 어느날 미국 아이를 데리고 와서 부모에게 소개했는데, 아버지가 소리없이 나가 버리더군요. 그 후로 세상에…. 내 자녀가 그 나이 되도록 결혼을 못할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결혼은 하면 후회한다. 그러나 하지않으면 더 후회한다’ ‘요즘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이 결혼을 해야 부모는 잊고 산다’는 말도 있다.고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그래서 자식이 뭐길래…, 한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하는 한국 부모님의 안타까움은 유난스럽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어머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녀 결혼을 도운다면 자녀들이 평생을 미혼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좀 무식한 부모가 되어, 어디서든지 내 자식 자랑을 하는 ‘열성 엄마’가 되면 결혼도 문제는 아니다.
부끄럽지만 필자의 자녀 결혼 사례도 한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3남매를 뒀는데, 그중 아들이 40살이 다 되도록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아 내 가슴이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른다. 한때는 애틀랜타 젊은 처녀들 사이에 ‘인기 짱’이었던 아들이, 이제는 결혼을 안하는지 못하는지 모를 홀아비 신세가 되게 생겼다. 자식이 너무 일찍 잘 나간것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래전 잘 아는 한국 친척이 “수의사인 처녀가 미국에 있는데 한번 생각해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한국 처녀가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과 맞지 않을것 같아서 그때는 듣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이제 엄마가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무식한 엄마’가 되기로 작정하고, 다시 옛날 그 처녀를 수소문해서 찿았다. 알고보니 시애틀에서 동물의사를 하고 있었다. 처녀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아서, 남편은 자신의 책과 가족사진을 동봉하고 아들을 소개하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그 처녀 전화번호를 아들 책상에 던져놓고 눈치만 보았다. 엄마가 결혼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아들이 “이게 무슨 전화번호냐”고 물었다. 필자는 모르는 척 “응, 너의 참 좋은 친구가 될것 같아서….시간나면 전화나 한번 해봐라”하고는 잊고 있었다. 얼마후 밤마다 아들의 방에서 누군가와 밤늦게 전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린 모른척하고 한마디도 묻지않았다. 오랜 전화통화 속에서 서로 마음속 깊은 사연들을
주고 받으면서 사랑이 싹튼 것이다. 그들은 얼마후 결혼했는데, 한국며느리가 전화로 맺어진 동물의사 영은이다. 지금은 아들, 딸낳고 행복한 두 아이들은 사실 ‘엄마의 극성’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었다.
미혼 자녀를 둔 부모님께 혹시나 자녀 결혼에 도움이 될까봐, 부끄러운 내 이야기를 고백해본다. 부디 어머님들이 자녀들 사진도 가지고 다니며, 교회에서나 모임에서 미혼자녀 자랑을 마음껏 하기를 바란다. 어디서 멀리 찾을 것도 없다. 어머님이 가슴만 열면, 여기 애틀랜타 가까운 이웃에도 우리 자녀들의 결혼 대상이 넘쳐난다.
지난달 나라사랑어미니회 모임에서 어머니들은 “머지않아 우리 미혼 자녀들만의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자”고 다짐했다. 우리 나라사랑어머니회는 앞으로 결혼교실(770-334-7342)을 만들고 우리 자녀들이 자유롭게 이성을 만날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는 잘 자란 우리 자녀들이 아름다운 왕자·공주를 만날수 있도록, 어머님들 가슴을 활짝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