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안자-보레고 주립공원은 60만 에이커의 광활한 지형에 거친 돌산과 샌드스톤 계곡 초목이 섞여있는 곳이다. 공원 이름은 스페인의 개척자 후안 바우티스타 데 안자(Juan Bautista De Anza)와 '큰 뿔 산양'이란 뜻인 보레고(Borrego)가 합쳐진 것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강우량이 적고 메마른 곳이어서 삭막한 곳으로 상상될 수 있지만 한겨울 철에는 청명한 하늘아래 맑은 공기가 가득하고 낮 기온이 평균 70-80도를 유지해 쾌적한 느낌을 갖게 했다. 강우량이 많은 겨울철 이듬의 봄에는 야생화들이 만발하기도 하는데 공원의 상징물인 오코티요 선인장의 가시 돋은 가지에도 빨간 꽃봉오리들이 솟아오를 정도다.
해발 40피트의 분지에서 6000피트의 고산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형 속에 기기묘묘한 볼거리들이 숨어있는 안자-보레고 사막은 워낙 넓은 지역이다 보니 공원 전체를 둘러보기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기호에 따라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몇몇 주요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1. 보레고 스프링스(Borrego Springs)
7000 스퀘어피트 크기의 방문자 센터에는 기념품 안내책자 지도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안자-보레고 사막을 자세히 소개하는 영화상영과 함께 역사적인 유물과 소장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보레고 팜 캐년 캠프장(Borrego Palm Canyon Campground)에서 시작되는 하이킹 트레일은 3마일 약 2시간 코스로 사막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판팜(Pan Palm) 트리들이 자생하는 오아시스를 구경할 수 있다.
방문자 센터 못미처 있는 로타리 부근에 자리한 질베르토 타코(Jilberto's Taco)는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식당인데 조그마한 타코 전문점이지만 사막을 횡단한 뒤에 입맛을 돋우는 각종 살사를 곁들인 별식을 맛볼 수 있다.
2. 컬프 밸리(Culp Valley)
보레고 스프링에서 S-22번 도로 서쪽 방향으로 산길을 약 10여분 운전하면 오른편으로 평평한 지형의 컬프 밸리를 만나게 된다. 안쪽으로 주차하고 전망대 팻말을 따라 잠시 올라가면 캘리포니아 리지&하이킹 길을 만난다. 여기서 오른편 산등성이로 올라가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사막 풍경은 풍요로우면서도 인상적이다. 캠핑장으로도 사용되는 컬프 밸리는 물과 화장실이 없지만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만점이다.
3. 폰츠 포인트(Font's Point)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된 지층에 풍화작용이 겹쳐 기기묘묘한 형태의 굴곡과 협곡을 만들어 놓은 배드랜드(badlands)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보레고 스프링에서 S-22번 도로를 따라 동쪽방향으로 15분 정도 운전하면(하이웨이표지판 29.3마일 지점) 넓은 비포장도로가 나오면서 폰츠 포인드 사인이 나온다. 이곳에서 약 4마일의 비포장도로를 더 달려야 하는데 일반 승용차로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모래가 깊은 지역이 있고 비가 온 후에는 와시(Wash)를 따라 길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도로상황을 미리 알아보도록 한다. 폰츠 포인트의 절벽은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어린 자녀를 동행할 경우 주의가 요구된다.
4. 캘사이트 캐년(Calcite Canyon)
폰츠 포인트에서 동편으로 약 10여분을 더 운전하면 하이웨이38 마일 표지판 지점에 좌측으로 골이 깊은 계곡을 만난다. 조그마한 돌탑 동판에 캘사이트 마인(Calcite Mine)이란 이름과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 실험용 캘사이트 결정체를 추출한 광산개발 지역이었다는 역사가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하이킹과 사륜구동 차량 운전을 즐길 수 있는데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좌우로 넓은 차량길이 나있다. 앞쪽으로 반듯이 올라가는 길은 광산으로 연결되는데 왕복 4.2마일로 걸어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사륜구동 차량을 운전한다면 왼편으로 넓게 나있는 4x4차량 길을 따라 10여분 들어가보자. 양편으로 우뚝 솟은 샌드스톤 계곡 사이로 길이 점점 좁아지는데 어느 부분은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을 정도다. 30여분 정도 비밀 통로를 탐험해보다가 막힌 지점에서 돌아 나오면 된다. 계곡은 그늘져 있어 한낮에도 선선하며 빗물에 씻겨 내려온 고운모래가 바닥에 가득하다.
5. 샌드스톤 캐년
사륜구동 차량 트레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수십 층 높이의 절벽사이로 차 한대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지형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감흥을 불러온다. 오코티요 웰스(Occotillo Wells)에서 스플리트 마운틴 로드-피시 크리크 와시(Split Mountain Road-Fish Creek Wash)를 따라가면 이곳으로 연결된다. 사륜구동 차량만 통과가 가능한데 차량높이를 제한받을 수 있다.
6. 아구아 칼리엔테 카운티공원 (Agua Caliente County Park)
S-2 남쪽 입구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는 조그마한 동네를 연상케 하는 캠프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시설이 좋아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편. 반월형 돌산을 병풍처럼 뒤로 하고 가운데 아늑하게 자리 잡은 이곳은 캠프장 한가운데는 온실처럼 만들어진 온천욕장과 뒷편의 돌산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문라이트 트레일(Moonlight Trial)이 유명하다.
7. 마운틴 팜 스프링스 (Mountain Palm Springs)
사막에서 자생하는 팜트리 군락과 오아시스를 구경할 수 있다. 공원 남단 S-2국도 표지판 47.1마일 지점에서 만나는데 왕복 2.5마일로 1시간 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계곡 안으로 넓게 펼쳐있는 팜트리들과 침식된 샌드스톤 바위들이 볼 만하다.
8. 모테로 팜스(Motero Palms)
조용한 분위기의 백 컨트리 캠핑(Back Country Camping)을 즐기는 야영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높고 푸른 하늘 청량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 캠핑장은 넓고 평평하며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지막한 나무들도 있다. 돌산을 넘어 고트캐년(Goat Canyon)까지 다녀오는 등산로가 있는데 거리(5마일)에 비해 경사가 심해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가는 길:
무난한 길은 5번(South) 프리웨이에서 78번 하이웨이로 가는 방법이지만 목적지에 따라 10번→86번→S-22번을 이용해도 된다. 혹은 5번→78번→S-2로 연결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LA에서 편도 운전시간은 약 3시간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