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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면 달려라…극한의 질주

Los Angeles

2015.05.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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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분노의 도로' 개봉
거대한 모래 폭풍과 함께 성난 8기통 차들이 몰려온다. 22세기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Mad Max:Fury Road)'가 심상치않은 스케일로 관객들을 찾아 온다. 이 영화는 호주 출신의 무명 배우였던 멜 깁슨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자동차 액션의 고전 '매드맥스' 3부작(1979~85)의 후속편이다. 30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는 주인공을 톰 하디(38)로 교체하며 전편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부활했다.

120분의 한계 속도 추격전='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질주와 추격 그 자체의 서사다. 핵 전쟁으로 전세계가 초토화된 후, 물과 기름을 독차지한 독재자와 이에 저항하는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방랑자 맥스(톰 하디)의 쫓고 쫓기는 생존 경쟁이 120분 내내 한계 속도의 자동차 추격전으로 펼쳐진다.

대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오로지 질주와 맨몸 액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게 특별하다. 30년 만에 '매드맥스' 월드로 돌아온 조지 밀러감독은 "액션 영화는 시각적인 음악"이라며 "거친 록 콘서트와 오페라 사이에 걸쳐있는 영화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본능과 직감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리는 차량 위에서 펼쳐지는 스턴트맨들의 움직임은 블록버스터 역사상 족적을 남길만한 진기한 볼거리이자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인간들의 광기까지 대변한다. 보닛 위에 올라 화염방사기를 쏘는 것은 기본, 움직이는 장대에 매달려 폭탄을 던지고, 창을 내리꽂으며 마주 오는 차량에 몸을 던진다.

흥미로운 건 액션의 80%를 CG(컴퓨터그래픽) 없이 찍었다는 점이다. 판타지 영화가 아닌, 역동적인 현실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고집이었다.

지옥 같은 미래, 혁명의 시작=액션이 뛰어나다고 '매드맥스'를 단순한 블록버스터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는 조지 밀러 감독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물샐틈없이 재창조한 끔찍한 디스토피아다. 그는 핵 전쟁 이후 황폐화된 세계를 기괴하고 매혹적인 비주얼로 축조했다.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의 악마 같은 외형부터 암덩어리를 달고 태어난 돌연변이 인류 워보이족, 도구처럼 착취 당하는 인류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공들이지 않은 게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톰 하디는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고독한 반영웅을 '1대 맥스'인 멜 깁슨 못지 않게 잘 소화했다. 사령관 퓨리오사를 맡은 샤를리즈 테론의 삭발 투혼도 톰 하디 못지 않다. 사실 이 영화는 퓨리오사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 영웅을 강인하고 매력적으로 그렸다.

퓨리오사와 함께 탈출한 임모탄의 다섯 부인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뛰어드는데, 착취당하던 여성들이 남성 지배계급에 맞서 전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드맥스' 3부작과는 다른 시도다. 밀러 감독의 2015년 버전은 '매드맥스'를 총 3부작으로 기획했다. '분노의 도로'는 그 원대한 3부작의 시작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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