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리포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농무부 '꿀벌 센서스', 1년새 42% 폐사
꿀 생산량 급감…과일 농사도 타격
진드기ㆍ살충제 과다 사용 원인 주목
백악관도 '꿀벌 살리기' 대책팀 꾸려
지난해 여름과 올 겨울을 거치며 40%가 넘은 봉군(벌떼·bee colony)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양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꿀벌의 꽃가루받이(수분) 의존도가 높은 농작물의 피해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줄어드는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생태계 혼란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꿀벌이 매년 줄어들자 농무부(USDA)는 9년 전부터 '꿀벌 센서스'를 실시하고 있다. 농무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4/2015년 '꿀벌 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1년간 전국의 벌떼 42.1% 감소했다. 이같은 폐사율은 센서스 시작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가장 폐사율이 높았던 것은 2012/2013년도의 45%. 폐사율이 60%가 넘어 상황이 심각한 주들도 많다. 오클라호마주가 63.4%로 가장 높았으며 메릴랜드, 델라웨어,펜실베이니아,메인,위스콘신,아이오와,일리노이 주 등도 60%가 넘었다. 전국 최대 농산물 생산 지역인 가주는 40.1%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곤충학자들은 특히 여름 폐사율이 겨울을 앞질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 꿀벌의 폐사율이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조사에서는 여름 폐사율이 27%로 겨울의 23%를 처음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꿀벌 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 변화와 진드기의 공격, 과도한 살충제 사용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곤충학자인 메릴랜드대학의 데니스 밴앵겔스드롭 교수는 "기후나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꿀벌 개체 수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순히 감소하는 것과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다르다"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꿀벌 감소 사태를 방치했다가는 양봉업계의 타격은 물론 농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악관까지 나서 꿀벌 살리기를 위한 특별대책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우선 꿀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수지를 맞추지 못하게 된 일부 양봉업자들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양봉업계에서는 꿀벌 폐사율이 19%가 넘을 경우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은 벌을 이용해 개체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미국의 꿀 자급률은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꿀 자급률은 5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꿀 소비량은 4억 파운드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3억5000만 파운드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물량 확대로 인해 꿀 가격의 안정세는 유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국제 꿀 시장에서는 종종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몇 년 전 유해 성분이 있다는 이유로 인도산 꿀에 대해 금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미국도 중국산 꿀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터키산이 유명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꿀이 터키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벌어진다.
꿀 생산량 감소 외에 더 큰 문제도 있다. 꿀벌이 급감하면서 농작물 생산도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무부에 따르면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베리 종류, 과일, 채소 농사에는 꿀벌의 꽃가루받이(수분) 활동이 필수적인데 개체 수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폐사하나
2006년에도 꿀벌 집단 폐사 사태가 발생했었다.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곤충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밴앵겔스드롭 교수는 "꿀벌들이 왜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폐사 사태는 바이러스와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게 곤충학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원인은 세가지. 그중 하나가 진드기다. 벌의 피를 빨아 먹는 진드기가 벌집에 확산돼 벌의 집단 폐사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곤충학자들은 이는 소규모 양봉농가에 제한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농업형태의 변화를 이유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토질을 약화시키는 작물 재배의 확산이 꿀벌의 생존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곤충학자나 환경보호 전문가들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은 과도한 살충제 사용이다.
특히'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가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이 성분이 포함된 식물의 꽃가루를 먹은 꿀벌은 신경계 이상 증세로 인해 바로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은 이미 이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의 사용을 2년간 금지했다.
뒤늦게 연방환경보호청(EPA)도 정확한 꿀벌 폐사의 원인을 밝히기 전까지는 이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의 살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의 농작물 수확량 증대 욕심이 꿀벌들에게는 대재앙이 되고 있다.
김동필 기자

꿀벌 개체 수의 실태 파악을 위해 연방농무부(USDA)와 양봉조사관협회(AIA) 가공동으로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전국의 양봉농가와 업체들에 설문지를 보내 집계하는 방식이다. 2014/2015년 조사에는 농가와 업체 6128개가 참여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봉군은 2014년 10월 현재 총 39만 8247개. 농무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274만개의 봉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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