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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11

돌이 삼킨 새
-김인숙
 
몇 억만년 기층 속에
새가 찍혀 있다
가끔 지층이 부르르 떨릴 때를 기다려
날개를 털었을 뿐
새는 지금 가장 딱딱한 새장 속에 들어가 있다
마지막 표정을 지우고 입을 닫았다
날개를 꺾었다
수많은 날을 견디고도 벗어날 수 없는
순간의 비행 속에서 무늬로 남아 있다

어쩌면 새가 저렇게
큰 돌을 삼켰을지도 모르겠다
염통을 열어보면
어느 뜨거운 순간이 들어 있을 것 같다

육탈된 빗살 날개 위에
먼 그때의 시간은 바람으로 묻어 있다
스며든 빗방울을 머금고 조금씩 뚜렷해지는 새
빗방울은 가장 맛있는 모이였을 것이다

세상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며
그렇게 섬뜩한 시간을 넘어와
지금 내 시선 앞을 날고 있다
깊이 스며든 것들은
돌을 열고 멀리 날아가려 할 것이다

누군가 새를 던진다면 새는
더 먼 곳으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돌이 새가 되었다. 화석(化石)이다. 새는 날개를 털겠지. 가장 딱딱한 암벽 속 마지막 표정을 지우고 입을 닫았다. 아니 굳게 깨물었을 것이다. 날개를 꺾고 날을 견디고도 벗어날 수 없는 인고, 인고, 침묵, 침묵, 그것밖에 할 수 없었던 돌 속 새는 순간의 비행 속에서 무늬로 남았으리라. 가장 맛있는 모이는 빗방울이었을까 이슬이었을까? 돌은 왜 새를 삼켰을까? 아니 새는 왜 돌 속으로 들어가려 했을까? 화석은 그의 영생의 꿈이었을까? 가장 안전한 새의 안식, 가장 영원한 새의 평화. 아, 새는 끝내 침묵으로 답하며 영원으로 존재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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