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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플레이스]일본은 우리땅?

Los Angeles

2005.03.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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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필 논설실장
"켈파트 아일랜드에서 포트 해밀턴까지는 반나절. 북쪽으로 수백마일 항해 하니 다젤레가 한눈에 들어 왔다. 다시 뱃머리를 돌려 동쪽으로 얼마간 가자 바위섬이 우뚝 서있는 게 보였다. 이게 바로 리앙쿠르란 섬이다." 남태평양의 무인도를 가리키는 말처럼 들리지 않을까. 아무리 퀴즈 챔피언이라 해도 이런 곳은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게다. 이젠 섬 이름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섬일까.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의 남해와 동해의 섬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년 전엔 이렇게 불렀다. 서양의 상선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자기네 식으로 이름을 붙여 지도를 만든 것이다.

켈파트(Quelpart)는 제주도의 서양식 표기다. 아마 상선의 이름을 따 지어진 말이 아닌가 싶다.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 이건 거문도 영어가 분명하다. 프랑스의 점성가 이름을 따 지었다는 다젤레(Dagelet). 울릉도를 일컫는 말이다. 리앙쿠르(Liancourt)가 바로 독도다. 프랑스말과 영어가 범벅이 됐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한반도의 바닷길을 가장 먼저 탐사한 건 프랑스. 고래잡이 배가 독도를 보고는 어선 이름을 따 '리앙쿠르'(Liancourt)라고 불렀다. 귀국해서는 지도에 이름을 명기한 것. 몇해 후 영국 선박도 독도를 발견했다. 호넷 바위섬(Hornet Rocks)이라 이름을 짓고 정부에 등록한 게 불씨가 됐다. '독도는 우리 땅'하며 두나라가 티격태격하게 된 것. 프랑스가 리앙쿠르의 항해일지를 증거물로 제시해 분규는 일단락 됐다. 그래서 세계 해양업계에선 독도가 리앙쿠르로 굳어진 것이다. CIA 정보 보고서에 독도를 리앙쿠르로 표기한 건 이런 연유에서다.

아마 서양 상선들이 서해바다에까지 들어왔다면 흑산도나 홍도 연평도 강화도도 몽땅 외국말로 불리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당시의 국제 관례 상 무인도는 시쳇말로 먼저 먹는 게 임자였다. 이른바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 원칙이 적용된 것. 라틴어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말한다. 조선 땅인지 몰랐으니 프랑스가 리앙쿠르를 '우리 땅' 할만도 했겠다.

18세기 초 영국이 호주를 '우리 땅' 한 것은 아직껏 논란의 대상이다. 원주민이 버젓이 살고 있는 데도 '테라 눌리우스'를 선언해 대륙을 집어 삼킨 까닭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영국은 해괴한 논리를 폈다. 토인들은 야만인이어서 사람 취급을 할 수 없다니…. 그래서 호주는 '무인도'라는 주장이었다.

얼마전 '독도는 일본 땅' 하며 서울 한복판에서 망언을 한 일본대사. 왜 이런 주장을 폈을까. 법적 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놀랍게도 '테라 눌리우스'와 맞닿는다. 1905년 일본은 독도가 '무인도'라며 자국영토에 편입시켰다. 이름도 슬쩍 다케시마로 바꿨다. 그해는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해. 무력으로 빼앗았으니 2차대전 패망후 한국에 귀속될 게 당연하지 않은가.

프랑스 조차 오래 전 '리앙쿠르는 조선 땅' 했는 데…. 이제 와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주장하고 있는 일본정부.

거꾸로 일본에 '테라 눌리우스'를 선포하면 어떨까. 영국식 논리를 갖다 붙이면 일본 열도는 '우리 땅'이 되고도 남는다. 백제가 첨단 문물을 전수할 때만 해도 일본은 야만인들이나 살았던 '무인도' 아닌가. 일왕도 백제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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