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늘 바쁘다. 살림 하랴 아이 돌보랴. 그 와중에도 아직도 건재한 젊음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나'도 가꾸어야 한다. 사진은 바쁜 시간을 쪼개 그로브 몰로 봄 향기 맡으러 외출나온 엄마들.〈김상진 기자>
따뜻한 봄향기 3월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움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봄. 웅크리고 있던 가슴을 펴고 달려나가고 싶은 에너지를 불어 넣는 계절이다.
어린 자녀들을 둔 엄마들에겐 봄이 더 반가운 손님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추운 날씨에 외출을 삼갔던 엄마들이 '엄마'의 타이틀을 잠시 곁에 밀쳐두고 마음껏 나들이를 즐길 수 있어서일까. 가볍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 손을 잡고 나들이 나선 엄마들의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
사실 젊은 엄마들에게 삶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각종 집안 일에 손에 물이 마를 사이 없이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아이 돌보는 일이 감당하기에 힘 겨울 뿐 아니라 아직은 젊은 여성으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끝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
오히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시간에 쫓겨 동동대도 나를 느끼는 시간이 있어 낫다고 전업주부 젊은 엄마들은 말한다. 그러나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또 여유가 있는 전업주부들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렇듯 힘겨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찾으며 작은 기쁨을 찾고 있을까.
젊은 엄마들은 의외로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나를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하면서 하루를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육전문지인 패어런츠에 따르면 '이렇듯 주중이든 주말이든 열심히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며 낮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은 직장을 갖고 있는 경우보다 전업주부들이 오히려 많다'고 전한다. 바쁘게 지내지 않으면 무언가 잃고 산다는 의식이 강해서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만을 찾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힘겨움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이들에게 진정으로 힘을 주는 것은 가족들. 그래서 자녀의 고사리 손을 잡고 공원으로 뮤지엄으로 도서관으로 함께 즐거움을 찾아 나선다. 또한 이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한다. 요리와 꽃꽂이를 배우기도 하고 컴퓨터도 배운 다. 요즘 컴퓨터에 블로그를 만드는 젊은 엄마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컴퓨터를 배우는 엄마들이 늘고 있음을 말해준다.
커뮤니티 칼리지나 문화 센터에서 취미생활 클래스 강좌를 듣는 엄마들도 의외로 많고 좀더 높은 학위를 따기 위해 짬짬이 대학원에 다니는 엄마들도 있다.
여러가지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작은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기쁨을 주는 일은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그래서 이 엄마들에겐 마음껏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봄이 너무나 좋다고 한다.
봄이 왔다고 즐거워하는 이들 엄마들의 낮시간은 어떨까.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봄의 따스함을 즐기고 있을까.
요즘 30개월된 아들을 둔 최지예(LA.31)씨의 하루는 아파트 공원 나들이에서 시작된다. 남편 출근 후 아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엔 아파트 내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10시 반 경이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또래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손에는 장난감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엄마 손을 붙잡고 나와 모이는 아이들의 '아지트'가 바로 그 곳.
최씨는 2주 전부터 목요일에는 차로 20분 거리의 LA 그로브몰로 아이와 함께 향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한 것. 몰 광장에서 열리는 싱얼롱이나 인형극 각종 공작품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무료 행사는 최씨와 같은 아이들을 둔 엄마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살배기 딸을 가진 아이비 김(LA. 33)씨에겐 매주 화요일은 아이와 데이트 하는 날. 집근처 도서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타임에 가는 날이다.
"프리스쿨 가기 전 나이의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꽤 많이 와요. 프리스쿨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요. 매주 서너권 도서관에 있는 선생님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퍼펫쇼도 해주니까 아이 눈이 초롱초롱해지죠. 집에 돌아올 땐 그림책 몇권과 제가 볼 영화 DVD도 빌려와요. 돈 안들이고 아이와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으니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죠."
2년 6개월된 딸을 둔 박진(글렌데일. 34)씨는 일주일에 3일은 두시간씩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헬스클럽에 등록해 출산 후 제대로 관리를 못해 흐뜨러진 몸매를 재관리하고 아이에게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
"날씨가 이렇게 좋아졌는데 집에만 있기 아깝잖아요. 헬스클럽에 아이들 놀이방이 있어서 두시간 동안 거기서 놀게 해요. 생각보다 아이가 잘 적응해서 그 시간만큼은 저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집에 없는 놀이기구도 많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안전하게 보살펴주는 사람도 있으니 안심하고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운동한 후엔 아이와 점심 외식도 하고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요."
박씨는 "아이와 집에서만 생활할 땐 오후가 되면 지루하고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는데 운동을 시작하고부턴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몸이 가벼워졌다"며 운동을 시작한 것에 만족을 표했다.
육아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고 있던 주부들은 자기계발에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도자기 요리 골프 클래스 등을 수강해 취미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한 예.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양 육아 수업도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밖에 도서관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컴퓨터 클래스를 수강해 인터넷이나 웹페이지 제작 포토샵 등을 배우는 주부들도 많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어 스토리가 담긴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주부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컴퓨터 클래스가 한몫한 것.
엄마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 아이를 키우는 일에 때때로 지쳐있어도 통통 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닮은 봄이 그녀들을 향해 노크한다.
집밖으로 나와 화사한 봄기운을 느껴보라고. 그래서 엄마들은 삶의 희망을 두팔 벌려 맞이한다. 열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