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AFF 극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된 장건재 감독의 한일합작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영어제목 A Midsummer's Fantasia)'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일본 나라현의 조용한 시골 마을 고조시가 배경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1부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조시를 찾은 감독 태훈(임형국)이 시청 공무원 유스케(이와세 료)의 도움을 받아 조감독 미정(김새벽)과 함께 그곳 주민을 인터뷰하는 모습이 흑백 화면에 담긴다.
2부는 1부와 배경만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른 로맨스영화다. 고조에 놀러온 한국인 관광객 혜정(김새벽)과 이곳 청년 유스케(이와세 료)가 연애 감정을 느껴가는 과정이 핑크빛 화면에 그려진다. 장건재(38) 감독은 10대 시절의 방황, 결혼과 육아 등 자신이 밟아온 삶의 궤적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의 세번째 장편인 이 영화에도 그가 몸을 던져 체득한 경험과 깨달음이 녹아 있다.
장 감독은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는 첫 장편 '회오리바람'(2008)에서 18세 소년의 지독한 사랑과 탈출구 없는 방황을 절절하게 묘사했다.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녔고 연애에도 실패했던", 자신의 10대 시절을 바탕으로 했다. 그의 두 번째 장편은 서른 살 신혼 부부의 일상을 담은 '잠 못 드는 밤'(2011)이다. 이 또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투영된 건 창작자로서의 고뇌다. 제작비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일본의 외딴 마을에서 영화를 찍어야 했던 감독 자신의 막막한 심경과 창작열이 신비로운 분위기와 실험적 형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화는 오는 11일 오후 6시 45분 LA다운타운 리걸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웹사이트(www.lafilmfest.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