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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산악회 아콩카구아 등정기 (3)

New York

2005.03.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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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고소적응 훈련 시작



베이스캠프 오르기 전 컨디션 조절

변화무쌍한 아콩카구아산 모습 매료





4일차…고도 3300m

1월 13일 페니텐테스 맑음.

간밤 멘도사에서 갑작스레 육식을 다량 섭취한 박상윤 배윤근 신승모 등이 밤새 설사를 했다고 불편해 했다. 이중해 대원도 머리가 띵하다며 두통을 호소한다.

오전 9시45분께 두 팀으로 나눠 아콩카구아 입구인 호르코네스로 이동했다. 아침의 아콩카구아는 흰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민가 따위는 없어 황량했다.

11시께 2진이 도착하자 바로 출발 오후 2시30분께 고도 3300m에 위치한 콘플렌샤에 도착했다. 길은 온통 자갈투성 앞서 걷는 이의 발걸음에서 흙먼지가 생기면 뒷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뒤집어쓰야 할 뿐이었다.

안데스 스포츠 텐트 가까이 머물게 된 미국 버몬트 출신의 프랭크를 만났다. 나이가 배윤근 대원과 비슷해 악수를 청하자 올해 66살이라며 40년째 등산을 한다고 자기 소개를 했다. 난이도가 중급은 족히 되는 폴리시 그라시어(Polish Glacier) 루트의 직등루트를 등반할 계획이란다. 경사가 45도에서 최대 65도까지 올라가는 난코스인데 고령에도 아랑곳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종관 등반대장이 오늘 고도 4200m 가량의 플라자 프랜시아(Plaza Francia)까지 고소순응 훈련등반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이스캠프인 플라자데 뮤라와 비슷한 높이라서 한차례 유사한 고도를 올라보면 베이스캠프에서 지내기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저녁식사 후 대원들끼리 모여앉아 이뇨제인 다이아목스를 미리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토의했다.

5일차…고소적응 훈련

1월 14일 콘플렌챠. 맑음.

오전 9시8분 콘플렌챠의 천막 마을을 벗어나 플라자 데 프란치아로 향했다. 플라자데 뮤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5시간 거리라고 한다.

계곡의 높새(푄) 현상으로 찬 바람이 계속됐다. 이중해 대원이 앞장을 서 비교적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했다. 고개를 들어 본 앞산에는 얼음과 황토 자갈이 뒤섞여 있었다.

키작은 쥐불알 꽃과 별 모양의 둥그런 덤불나무를 지나갔다. 덤불나무는 흡사 푹신한 방석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손을 대보니 뾰족뾰족한 바늘침 모양 조금이라도 힘을 줘 누르면 금방이라도 손바닥을 뚫고 들어올 기세였다. 모두 수분을 오래 저장하기 위한 것이리라.

다른 나라에서 온 등반객들이 우리 일행을 지나친다. 이중해 대원은 개의치 않고 길을 비켜준다. 어느덧 오르막이 마무리되고 길은 넓고 평탄해졌다.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반원형의 움푹한 땅으로 들어간다. 사방이 검은 산 좌측 하늘 가까이에 아콩카구아의 남벽이 장군처럼 버티고 도도한 위용을 자랑했다.

네 시간 반가량을 올가갔다. 충분히 고도를 올랐다고 판단한 이종관 등반대장이 차가운 골바람을 피해 움푹 파인 작은 골짜기로 들어간다. 대원 모두 그 곳으로 따라 들어가 몸을 추스리고 간식을 먹었다. 이제 하산이다.

내려오는 길은 2시간 밖에 안 걸렸다. 이중해 대원이 앞서 마치 줄행랑을 치듯 푸석푸석한 흙자갈길을 먼지 날리며 내려갔다. 그 덕에 나머지 대원 모두 쉴새 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캠프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윤근 대원이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한다. 박재순 대원이 황급히 뜨거운 차를 만들어 먹었다. 이중해 대원이 긴급 통증완화 마사지를 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박상윤 단장에게도 침을 놓아준다. 한의사인 그의 가치가 유난히 돋보이는 하루였다.

이곳 콘플렌챠는 흙먼지 골이었다. 잦은 바람과 건조한 날씨 탓에 텐트 문을 닫아놓아도 날아오는 먼지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처음 아콩카구아 등반을 결정할 때 누군가 히말라야를 두고 왜 중남미를 등반하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오늘 하루 계곡을 오르며 새삼 그 답을 찾은 것 같다. 아콩카구아 산의 변화무쌍한 모습과 대지의 다이내믹한 풍광을 되새기며 이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콩카구아 산 봉우리는 사방 어디 하나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산록 색깔 또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전통 담요를 펼쳐놓은 듯 황갈색 회갈색 석회색 녹회색 탄회색 적갈색 등으로 다양한다.

늦은 저녁 고산병 검진소를 찾은 6명의 대원에게 의사는 문진으로 검진을 대신했고 고소순응 훈련을 실시한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플라자 데 뮬라스(Plaza De Mulas)에 도착하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 고소 캠프로 등반이 가능한지 꼭 컨디션을 확인해보라고 당부한다.

글 박상윤.신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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