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스릴로…"서핑이 스포츠다"
초보 장비 렌털 사용, 2시간에 30달러 정도
남가주 곳곳에 초보서퍼를 위한 스팟 많아
실제 서프보드 위에 올라보니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핑을 타보고 싶은 이유는 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기 때문이다.
7일 아침 9시, 말리부 주마비치(Zuma Beach)로 차를 몰았다. 오랜만에 80도를 웃도는 날씨다. 1번 국도로 들어섰다. 창을 열었다. 바닷바람이 와르르 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래 이 느낌, 캘리포니아다.' 콧바람 한번 제대로 쐬겠다 싶었다. 해변에는 아직 아침인데도 오랜만에 평년 기온을 되찾은 캘리포니아의 주말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있다.
이날 해변을 찾은 이유는 서핑을 타는 한인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서핑을 타고 있다는 초보 서퍼, 이우경(풀러턴)씨와 대니얼 김(LA)씨. 둘은 지난해 10월 처음 서핑에 입문한 후 월 2회 정도 함께 서핑을 탄다. 이날은 둘 뿐이었지만 여자 1명을 포함 5명 정도가 함께 즐기고 있다. 모두 30대 직장인이다.
대니얼 김씨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고 서핑은 몇 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은 스포츠이기도 했다"며 "한 번씩 이렇게 바다에 나와 서핑을 타고나면 한 주가 충전이 된다"고 말했다. 이우경씨는 "다른 곳에 가도 골프나 달리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서핑은 아니다. 서핑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이라고 서핑을 타는 이유를 들었다.
서핑을 타기에 앞서 인근 서핑장비 렌털숍(Drill Surf & Skate)에 들러 웨트수트(wet suit)를 한 벌 빌렸다. 2시간 빌리는데 10달러다. 보드를 빌리는 데는 20달러(2시간)다. 서핑은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초보의 경우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게 대니얼 김씨의 설명이다.
해변으로 나가니 이미 파도에 몸을 싣고 있는 서퍼들이 여럿이다. 대략 훑어 보니 대부분 초보들이다. 말리부는 초보들이 즐겨 찾는 서핑 스팟 중 하나다.
사실 멀리서 바라만봤던 서핑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번 체험해 보겠다며 웨트수트까지 빌려 입은 것이다.
앞서 들어간 이우경씨와 대니얼 김씨는 말처럼 아직 초보처럼 보였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일으켰다가도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물속에 곤두박질치기 일쑤였다. 몇 개월이나 탔다는데 저 정도밖에 못 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자만 섞인 생각은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깨졌다.
물속에 들어가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저 체험에 앞서 사진 먼저 찍겠다며 물속으로 들어가서다. 멀리서부터 파도가 밀려왔다. 왈칵 두려움이 몰려왔다. 풍경과 같았던 파도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가 됐다.
그래서 생각을 돌려먹기로 했다. '체험은 안 되겠다. 사진이나 열심히 찍자.' 실내 암벽등반이나 4x4 동호회를 쫓아 갔을 때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안타는 게 좋겠다"고 슬쩍 얘기를 건네자 이씨가 "하지 않고 가면 후회할 것"이라며 부추겼다.
결국 간단한 주의 사항과 동작을 연습해 보고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했다.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실제 서핑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전문가에게 강습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에는 대부분 서핑장비 렌털숍과 스쿨이 있다. 웨트수트와 서프보드 렌털을 포함 100~120달러 정도면 2시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옆에서 지시하는 대로 보드 앞쪽을 들고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보드에 올렸다. 이씨가 보드 머리를 돌려주고 홀드 하던 손을 놓고 "패들링, 패들링"이라고 외쳤다. 열심히 팔을 허우적 거리다가 배운 대로 파도가 보드를 밀어올릴 때쯤 상체를 들어올리고 서는 동작을 시도해봤다. 두려움과 함께 짜릿함이 몰려왔다. 이 맛이다 싶었다. 물론 서는 데는 실패다. 당연한 결과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10여 분 정도나 탔을까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몇 초라도 보드에 설 수 있는 서퍼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씨는 "체력을 상당히 요하는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도 즐겨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근육도 달라서 따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핑을 배우다 보면 수백 번 물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소용돌이에 휩쓸려 소위 말하는 '통돌이(파도에 휩쓸려 물속에서 회전하는)'를 하게 되는데 순간 두려움에 엄마 생각이 날 정도"라며 "하지만 해변마다 라이프가드들이 항시 살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만큼 서핑은 쉬운 스포츠가 아니다. 10년 서핑 경력의 강성훈(37·LA)씨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스노보드나 스케이트보드가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서핑은 '집에서 담아 먹는 된장국' 같다. 그만큼 깊은 맛이 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보상도 크다"며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서핑장비
서핑장비를 처음부터 구입할 필요는 없다. 몇 차례 타보고 적성에 맞다 싶을 때 장비를 구입해도 늦지 않다. 서핑에 필요한 주요 장비는 우선 서프보드(surf board)와 웨트수트(wet suit)다.
서프보드는 크게 롱보드(8~12피트)와 쇼트보드(6~7피트)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자들은 대부분 롱보드로 시작한다. 롱보드는 넓고 길고 두꺼워 부력이 좋고 균형을 잡기가 쇼트보드에 비해 쉽다. 힘이 약하고 천천히 부서지는 파도에서 타기도 좋다. 그에 비해 쇼트보드는 균형을 잡기는 힘들지만 빠르게 턴을 하거나 점프를 하기에 유리하다. 한마디로 서핑을 탈줄 아는 이들이 즐겨 애용하는 보드다. 그래서 처음 롱보드로 시작해 제대로 탈 줄 알게 되면 쇼트보드로 바꾸는 편이다.
이외에도 서핑장비로는 초보 서퍼들에게 웨트수트는 필수다.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을 유지해줄 뿐더러 바닥에 쓸리거나 보드에 부딪힐 때도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초보의 경우 안전을 위해 서핑용 신발과 몸에 밀착되는 라이프자켓을 착용하면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초보 서퍼를 위한 베스트 해변
서핑은 안전을 요하는 수상스포츠로 어디서 타느냐가 안전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해변에 따라 차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초보자들은 파도가 일정하고 천천히 이는 곳이 좋다. 또 자갈이 아닌 모래로 이루어진 곳이 부상의 위험이 적다. 남가주에 있는 초보 서퍼들을 위한 서핑스팟이 꽤 많은데 우선 샌오노프레(San Onofre) 해변을 꼽을 수 있다. 이 해변에는 여러 개의 스팟이 있는데 우선 '더 포인트 앳 샌오노프레'는 부드러운 파도와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있어 롱보드를 타는 초보자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다른 스팟에 비해 덜 붐비는 것도 초보자들에게는 이점이다.
또 다른 스팟은 도그패치(Dogpatch)로 파도가 천천히 쳐서 왕초보들이 좀 더 어려운 스팟으로 한 단계올라 가기 위해 스킬을 연마하는 곳이다.
데이나 포인트(Dana Point) 주립공원에 있는 도허니(Doheny) 해변은 파도가 길고 천천히 쳐서 초보서퍼들의 위한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말리부(Malibu)는 캘리포니아 서핑의 전형적인 스팟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길고 천천히 파도가 친다.
허모사(Hermosa) 비치는 5마일에 걸쳐져 있는 긴 해변으로 초보들이 타기 좋은 곳으로 인정하는 곳이지만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헌팅턴(Huntington) 비치는 서프시티로 불릴만큼 서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모래가 잘 깔려 있어 초보들이 타기에 나쁘지 않지만 피어 근처로는 접근하면 안된다. 피어 인근은 상급자들이 탈수 있을 만큼 파도가 높고 거칠게 이는 스팟이다.
임페리얼(Imperial) 비치는 초보들을 위한 적당한 곳이지만 너울이나 바람, 조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스크립스(Scripps)는 샌디에이고에서 초보 서퍼들을 위한 서핑 스팟으로 가장 유명하다. 파도가 일정해 연습하기 좋다.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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