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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배드 300만 꽃송이

Los Angeles

2005.03.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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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밀린 잠이나 푹 자야지' 생각하고 주말 아침 눈을 떴는데 이런 날씨가 너무나 좋다! 온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봄에 방구석에 있는 게 한심하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 봄을 느끼고만 싶어진다. 그렇다고 미리 나들이를 계획한 것도 아니고 너무 먼 곳은 왠지 부담스럽다. 딱 서너시간만 햇빛 쬐고 놀다가 집에 돌아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은데….

자 그렇다면 차를 몰아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내달려보자. 래넌 큘러스를 비롯 장미 스위트 피 등 300만 송이의 고운 빛깔 꽃들이 만개한 칼스배드 꽃단지(the flower fields)가 기다리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와 샌디에이고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칼스배드는 LA에서 약 1시간 40여분 거리. 마음 내키면 마켓에서 김밥 몇 줄만 사들고 훌쩍 떠나 반나절 보내고 돌아오기에 그만인 곳이다.

지난 3월 12일 개장해 5월 8일까지 상춘객을 맞는 칼스배드 꽃단지에는 지금 빨강 주황 하양 보라 분홍 등 갖가지 색깔의 꽃들이 50에이커의 대지를 색동저고리 펼친 듯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고만고만한 키를 맞춰 끝 모르게 살랑이는 꽃들을 보며 정겨운 사람과 사잇길을 걷는 기분도 그야말로 최고다.

살며시 부는 바람에 수줍은 꽃향기도 실려온다. 어느 향수의 인위적 달콤함을 이 향기에 비길 수 있을까. 흙 냄새가 섞인 상큼한 향에 마음이 절로 화사해진다.

어느정도 꽃구경을 다 했다 싶으면 꽃단지 내 암스트롱 가든 센터에 들러 우리집 정원 꾸미기 준비를 해보자. 흙 거름 묘목 꽃씨 등 다양한 조경 용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모래 공예장이나 사금 캐기 실습장에 들러봐도 좋다. 처음 만난 아이들과도 금세 친구가 돼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월 2~3일은 키즈 데이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어린이들은 무료로 작은 화분과 꽃씨를 받아 볼 수 있으며 뮤지컬 공연과 인형극도 기다리고 있다.

9일~10일에는 아트 페어가 열린다고 하니 색다른 볼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참 입이 심심하다 싶으면 꽃단지 입구에서 팔고 있는 딸기 쇼트케이크를 맛보자. 크림을 잔뜩 얹은 싱싱한 딸기 맛에 연신 '원더풀'을 외치게 될 것이다.

꼭 한가지 기억할 점. 칼스배드 꽃단지에 갈 때는 카메라를 반드시 챙기자. 꽃과 잘 어울릴 화사한 옷을 택해 입어보는 것도 좋겠다. 따사로운 햇살 속 화사한 꽃 배경 사진은 한장 한장이 그야말로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였던가.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꽃이 피게 될 것이라고. 화사한 사진처럼 남을 우리의 행복한 칼스배드 추억이 꽃단지의 수백만 송이 꽃을 더욱 아름답게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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