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박해영 산부인과 전문의가 말하는 말못할 여성 질병

MYJ

2015.06.19 10:4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32세의 여성이 수심에 가득차서 찾아왔습니다. 같이 오신 어머니도 무언가 체념을 한것 같은 눈치였는데, 무슨 일인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유인즉, 사실은 이 젊은 여성이 결혼을 한달 전 쯤에 했는데, 부부관계를 할 수가 없어서, 어느 산부인과를 찾아가 보았는데, 처녀막도 문제가 있고 질 입구가 좁아서, 수술로 넓혀야 관계를 할 수가 있다며 수술을 권유 받았다고 합니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일단 수술 날짜는 잡았는데, 한번 더 세컨드 오피니언을 들어 볼려고 내원을 했습니다.
물론, 처녀막이 기형으로 생기거나, 너무 두꺼운 경우는, 간단한 수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입구가 좁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좀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럼 과연 이환자의 문제는 무엇이겠습니까?

검진 결과 이분의 병은 vaginismus, 즉 질 경련 이었습니다. 어떤 정신적인 이유이던 삽입공포를 극도로 느껴 성관계가 힘든 질환을 말하는데, 질 아랫쪽에 1/3 근육층의 불수의적인 수축, 즉 involuntary spasm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수술이 필요한 병도 아니며, 괜히 수술을 해서 더 상처를 주면 더 나빠질 수 있는 병입니다. 최근 국제학회에서는 "여성의 원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기나 손가락, 그 외 다른 물체의 질내 삽입이 어려운 경우를 말하며, 여기에 다양한 불수의적인, 즉 involuntary 골반근육의 수축과, 공포로 인한 회피와 예측, 두려움, 통증에 의한 경험 등이 포함되며, 여성들의 5% 에서 17%까지 있을 수 있는 만만치 않은 병"이라고 합니다. 이병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혼 후에 원만한 부부관계가 안되면 애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여성들의 유교적인 가정교육 때문에, 그리고 쓸데없는 죄의식 때문에 더더구나 이런 문제로 고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치료가 어떤 것일까요? 당연히, 이분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술을 하는것 보다 더 성공률이 높습니다. 일단은, 자궁암검사를 하면서 설명과 대화를 많이 하고, 또 내가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를 한번 해보겠으니까 협조해 달라고 했습니다.

서서히 긴장을 풀고 어렵지 않게 자궁암 검사도 마쳤습니다. 그리고 검사에 쓰는 기구를 보여주고, 이렇게 의사를 믿고 긴장을 풀면, 이 정도의 기구도 삽입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환자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이제 완전히 자신의 문제를 파악 했다고 기뻐했습니다. 이 환자가 만약 수술을 감행했다면, 비용도 많이 들었겠지만 수술후의 유착증과 또 그 자체의 trauma로 다시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는 일입니다. 이분은 다행히 바른 진단으로 아픈 수술을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해결 했습니다.


문의 : 박해영 산부인과 213)739-102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