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산부인과 전문의가 말하는 말못할 여성 질병
32세의 여성이 수심에 가득차서 찾아왔습니다. 같이 오신 어머니도 무언가 체념을 한것 같은 눈치였는데, 무슨 일인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한참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유인즉, 사실은 이 젊은 여성이 결혼을 한달 전 쯤에 했는데, 부부관계를 할 수가 없어서, 어느 산부인과를 찾아가 보았는데, 처녀막도 문제가 있고 질 입구가 좁아서, 수술로 넓혀야 관계를 할 수가 있다며 수술을 권유 받았다고 합니다.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일단 수술 날짜는 잡았는데, 한번 더 세컨드 오피니언을 들어 볼려고 내원을 했습니다.
물론, 처녀막이 기형으로 생기거나, 너무 두꺼운 경우는, 간단한 수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입구가 좁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좀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럼 과연 이환자의 문제는 무엇이겠습니까?
검진 결과 이분의 병은 vaginismus, 즉 질 경련 이었습니다. 어떤 정신적인 이유이던 삽입공포를 극도로 느껴 성관계가 힘든 질환을 말하는데, 질 아랫쪽에 1/3 근육층의 불수의적인 수축, 즉 involuntary spasm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수술이 필요한 병도 아니며, 괜히 수술을 해서 더 상처를 주면 더 나빠질 수 있는 병입니다. 최근 국제학회에서는 "여성의 원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기나 손가락, 그 외 다른 물체의 질내 삽입이 어려운 경우를 말하며, 여기에 다양한 불수의적인, 즉 involuntary 골반근육의 수축과, 공포로 인한 회피와 예측, 두려움, 통증에 의한 경험 등이 포함되며, 여성들의 5% 에서 17%까지 있을 수 있는 만만치 않은 병"이라고 합니다. 이병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혼 후에 원만한 부부관계가 안되면 애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여성들의 유교적인 가정교육 때문에, 그리고 쓸데없는 죄의식 때문에 더더구나 이런 문제로 고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치료가 어떤 것일까요? 당연히, 이분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술을 하는것 보다 더 성공률이 높습니다. 일단은, 자궁암검사를 하면서 설명과 대화를 많이 하고, 또 내가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를 한번 해보겠으니까 협조해 달라고 했습니다.
서서히 긴장을 풀고 어렵지 않게 자궁암 검사도 마쳤습니다. 그리고 검사에 쓰는 기구를 보여주고, 이렇게 의사를 믿고 긴장을 풀면, 이 정도의 기구도 삽입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환자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이제 완전히 자신의 문제를 파악 했다고 기뻐했습니다. 이 환자가 만약 수술을 감행했다면, 비용도 많이 들었겠지만 수술후의 유착증과 또 그 자체의 trauma로 다시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는 일입니다. 이분은 다행히 바른 진단으로 아픈 수술을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해결 했습니다.
문의 : 박해영 산부인과 213)73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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