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서부 관문인 뉴저지주 유니온시티 리버티플라자에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주도한 숨은 공로자, 맨해튼 링컨센터에 타민족 배우들에 의한 영어 위안부 연극 ‘컴포트(COMFORT)’를 올린 주역, 한국 상업영화 사상 최초로 연방의회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상영한 조력자.
비영리 문화예술단체 허드슨문화재단 김자혜(35) 대표의 이력이다. 김 대표가 이번에도 야심작을 준비했다. 유엔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콘서트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를 오는 25일 맨해튼 카네기홀, 이어 27일에는 유엔본부 총회장 무대에 올리는 것. 총회장 리노베이션 후 첫 공연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뉴욕중앙일보와 울산광역시가 후원한다.
“이번 유엔본부 공연으로 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모르겠다”는 김 대표를 18일 맨해튼에서 만나 예술인으로서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대하고 행동하는지 들어봤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허드슨문화재단은 ‘위안부 기림비 건립’ ‘한국 군사정전협정 기념 공연’ 등 한국 역사에서 꾸준히 이슈가 되는 소재를 들고 활동했다. 하지만 10명의 멤버 중 절반은 한인이 아닌 타민족이다. 특이한 것은 이란·쿠바·사이프러스 등 분쟁국가 출신 예술인이라는 점.
김 대표는 “이란 출신 멤버는 이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으로 망명한 화가이자 녹색운동가”라며 “분쟁국가 출신 예술인들이 모여 자유와 평화, 독립 등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얘기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기본 인권 보호 문제로 한국인에게만 국한된 문제였다면 관련 행사를 주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는 “이들의 활동을 특정 국가의 ‘색깔론’으로 나누지 말고 넓은 시각에서 봐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뉴욕 메네스음대 석사 과정 유학 시절 ‘예술은 무엇일까’에 대해 늘 고민했다는 김 대표. 그는 뉴욕필하모닉에서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을 만나고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뉴욕필하모닉 단원들을 북한 평양으로 이끌고 가 평화 콘서트를 열기도 한 마젤은 김 대표에게 예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줬다는 것.
김 대표는 “예술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한걸음 물러나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몇 백 년 전 오락수단으로만 기능했던 예술 활동을 고수하고 싶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사회와 교감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네기홀 공연 안내=울산광역시 시립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 조가 협연하는 콘서트는 오는 25일 오후 8시 맨해튼 카네기홀 아이작스턴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뉴욕·뉴저지주에 있는 한양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후원 및 티켓 문의는 e메일([email protected]) 또는 전화(718-352-166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