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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찾아서-윤리문자도-충

김영희<미술평론가>

충자(忠字) 그림은 용과 잉어, 그리고 새우나 대합이 충(忠)자의 각 획을 대신해 교묘하게 배치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충자의 ‘중(中)’ 부분에는 용과 잉어가 등장하는 데, 잉어가 용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돼 있다.
‘심(心)’ 부분은 새우와 대합이 획을 대신하여 좌우로 배치되기도 한다.
때로는 ‘중(中)’자의 가운데 획을 대나무로 대신하고 새우를 구부려 그려 ‘口’부분을 그리기도 한다.

어떤 충(忠)자 그림에는 거북이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드문 예지만 ‘어변성룡 하합상하 용봉직절 비간쟁간(魚變成龍 蝦蛤相賀 龍逢直節 比干爭諫)’이라는 화제가 그림의 여백 부분에 덧붙여 쓰여 있는 그림도 있다.
이 충자 그림에 등장하는 용과 잉어는 <후한서(後漢書)> - <이응전(李膺傳)> 에 나오는 어변성룡(魚變成龍) 설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그 내용을 보면 대강 이러하다.

해마다 복숭아꽃이 물 위를 흐르는 봄철이 되면, 황하(黃河) 상류 용문협곡(龍門峽谷)에 뭇 잉어들이 모여들어 급류를 다투어 뛰어오르는 데, 이 때 성공적으로 뛰어 넘은 잉어가 용이 된다고 한다.
이 어변성용 설화와 관련해 사람들은 선비가 과거 시험에 합격해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는 것을 잉어의 등용문(登龍門)에 비유했다.
높은 관직에 오르면 나라에 충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편 대합과 새우는 위의 화제의 ‘하합상하’ 내용과 같이 화합(和合)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데, 이것은 새우 ‘하(蝦)’의 발음이 ‘화(和)’의 발음과 유사하고, 대합 ‘합(盒)’의 발음이 ‘합(合)’의 발음과 서로 같은 데서 연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개념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그 단어의 발음과 유사한 명칭을 가진 자연물이나 기물을 빌려 그리는 예를 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충자 그림에 화합의 개념이 들어간 이유는 나라에 충성함으로써 군신(君臣) 간에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한편 뜻으로 본 대합과 새우는 충절과 관련된 굳은 지조와 최상(最上)의 직위를 상징하고 있다.
지조는 대합과 새우가 모두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기 때문이며, 최상은 이들이 가진 껍데기 ‘갑(甲)’을 첫째라는 의미의 ‘갑(甲)’과 같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용봉직절’이라 함은 은(殷)나라의 걸왕(桀王)에게 충간(忠諫)하다가 죽음을 당한 관용봉(關龍逢)의 곧은 절개라는 말인데, 그가 죽자 뜰에서 서책을 등에 진 거북이가 나왔다고 한다.
충자 그림에 간혹 거북이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런 사연을 가진 거북이다.

‘비간쟁간’이라 함은 상(商)나라의 충신 비간(比干)이 왕의 음란함을 보고 다투어 간(諫)하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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