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빌 호러'(Teh Amityville Horror)는 타이틀에 앞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이 먼저 등장한다. 그리고는 끔찍한 사건으로 넘어간다. 실화가 주는 힘과 설득력으로 공포를 증폭시키려 했을 것이다.
실화 공포물을 내세웠지만 형식이나 표현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보다는 기존의 공포물에서 효과적인 장치를 잘 선별해 엮어낸다. 2003년 다큐멘터리 '롱아이드 지저스를 찾아서'(Searching for the Wrong-Eyed Jesus)로 극찬을 받았던 앤드루 더글러스 감독은 자신의 두번째 작품이자 장편영화 데뷔작인 '아미티빌 호러'에서 모험을 하지 않는다. 자신 만의 색깔을 드러내려 애쓰기 보다는 관객에게 익숙한 공포장치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안전한 방식을 택한다.
1979년 스튜어트 로젠버그 감독이 내놓은 공포영화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1692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세워진 대저택의 공포를 다룬다.
1974년 11월 13일 이 집에서는 로널드 데페로 주니어가 악령에 씌워 잠자고 있는 부모와 네 형제를 죽이는 참혹한 사건이 벌어진다. 로널드는 "잡아서 죽여 잡아서 죽여"라는 악령의 속삭임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세월이 흘러 남편을 사별한 캐시(멀리사 조지)라는 여자는 조지 루츠(라이언 레이놀즈)와 재혼하고 집을 고르던 차에 악령이 사는 이 저택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집을 사기로 결정한 순간 부동산 중계인은 슬쩍 "이 집에서 범죄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처음과 달리 망설이는 캐시에게 조지는 말한다. "집은 사람을 안죽여.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루츠 부부는 캐시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 빌리(제시 제임스)와 작은 아들 마이클(지미 버넷) 막내딸 첼시(클로이 모레츠)와 함께 꿈에 부풀어 이사한다.
첫 날부터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첼시는 보이지 않는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조지의 눈엔 참혹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소녀의 이름은 조디. 74년 오빠 로널드의 손에 죽은 소녀다.
'아미티빌 호러'의 여러 설정들은 예전의 공포영화 어딘가에서 본듯한 느낌을 준다. 원귀로 떠도는 조디가 첼시의 눈에는 보이고 둘이 친구가 되어 논다거나 욕실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와 조지를 밑으로 잡아당긴다거나 캘러웨이 신부(필리 베이커 홀)가 구마식을 한다거나 조지가 자꾸 춥다고 한다거나 등이다.
새로운 틀을 보여주는 건 아닌 만큼 전율을 느낄 정도의 공포를 주지는 못한다. 대신 세부적으로 공포영화의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공포 종합 선물세트다. 캐시의 풍만한 몸과 그 뒤에 서있는 원귀를 엮는 에로틱과 공포의 혼합 베이비시터 리사(레이철 니콜스)가 옷장에 갇혀 공포에 떠는 폐쇄공포 첼시가 지붕에 올라가 노는 고소공포까지 깊은 맛은 없지만 식단이 나쁘지 않은 부페식 작품이다.
이 영화가 공포를 주는 데 성공한 것은 타이밍을 잘 맞추기 때문이다. 공포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관객의 허를 찌르는 순간에 나오는데 언제 공포를 집어넣느냐는 타이밍 선택에서 성공적이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아미티빌 공포'는 원귀가 어떻게 생겼을까의 궁금증에 논리적인 답을 내놓는다. 대저택은 네덜란드 목사가 인디언에게 선교 교회였고 지하실에서는 악귀에 씌웠다며 인디언을 고문하고 죽이는 참혹극이 벌어졌던 곳이다. 더글러스 감독은 영리하게 이 추리 부분이 짧게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