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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랑의 '유효기간'

Los Angeles

2005.04.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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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사회부 기자
사랑은 시작부터 잔인하다. 아프고 괴롭다. 열정적 사랑은 집착까지 동반한다. 이성이 숨어버리고 열병으로 뇌의 사고가 마비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세상이 달라보인다고들 하지만 실은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뇌가 변한 탓이다.

최근 K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사랑'은 과학적인 시도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지독하게 사랑하게 된지' 100일 전후가 된 커플 5쌍을 섭외해 연인들의 감정에 따른 뇌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랑은 '본능'에서 시작돼 '이성'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사랑에 빠지면 뇌 안에서 '러브 칵테일'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러브 칵테일의 분비는 점점 줄어들고 900일이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이같은 현상을 코넬 대학의 신시아 하잔 교수의 '사랑 유통기한설'로 설명한다.

실제로 이 다큐멘터리 속의 5쌍에게서도 사귄지 300일이 지나면서 키스할 때 심장박동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하잔 교수는 "열정이 식어가는 300일 즉 1년을 전후해 많은 연인이 사랑과 이별의 갈림길에서 갈등을 한다"며 "열정이 식는다고 해도 감정의 기복은 계속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질투가 감정 기복의 중심에 있는 탓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여류 소설사 아니 에르노(58)는 소설 '집착'에서 연인의 질투를 이렇게 표현했다.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라도 질투하는 이에게는 성경 속 증거처럼 강력한 확증이다"라고.

이 책은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치졸하게 만들고 때로 비수처럼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한 여자의 독백을 통해 담담히 서술했다.

이 '지독한 사랑' 때문에 지난 13일 노워크 지역에서 20대 한인 여성이 아까운 젊은 생을 마감했다.

이날 자신의 침대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던 이동선(24)씨 사건 용의자가 1년간 동거했던 남자친구 이세환(24)씨로 지목된 것이다.

자수한 남자친구는 함께 살던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결별 통보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유효기간' 1년이 넘은 '사랑의 품질'은 이별이 아닌 한 여성의 피살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더욱이 두사람은 같은 직장 동료로 하루 24시간 함께 생활한 공인된 닭살 커플이었다고 한다.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시작도 다르고 끝도 다르다. 그러나 분명 이씨 커플의 비극이 그 끝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랑'은 그 마지막 편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비법을 공개했다. 그건 '이해'였다.

이해라는 마음속 한평의 공간이 절실한 지금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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