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설레는 소리, 바람이 머뭇거리는
소리, 뿌리가 기지개 켜는 소리, 꿈꾸듯
너에게로 흐르는 강물 소리의
길 없는 무한 질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리가 있다
휴전선에 뭉게뭉게 눈부신 소리가
눈꽃에서 눈물이 배어나오는 소리가
엄동을 견딘 봄이 되어서야
눈 녹인 물 흐르고
아래로
아래로...
시인은 허공 속에서 달이 하늘가는 소리, 마치 물 흘러가듯 가는 소리로 듣는다. 빛이 지나가는 소리도 듣는다. 지나가는 찰나의 소리,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르는 소리 듣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소리, 나뭇잎 설레는, 머뭇거리는 바람의, 뿌리들의 기지개 소리, 꿈처럼 흘러오는 강물소리.
소리는 살아있는 것에서만 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소리가 있다. 목 아닌 몸에서 나는 소리다. 소리 내는 곳은 온갖 것, 온갖 것에서다. 우리들의 온몸에서도 그러하다. 머릿결 날리는, 몸 떨리는, 발 뿌리 기지개켜는, 영혼 흔들리는, 피 흐르는 소리, 소리, 소리 속에서 산다. 바람처럼. 빅뱅이 있었던 날, 그날부터 세상은 소리 속에서 왔다가 어느 날, 다시 소리 속으로 사라져갈 것이다.